금요진단
미션 임파서블을 성공시키고 돌아온 인텔
인텔이 약속을 지켰다. 올해 1월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힌 ‘코어 울트라 시리즈3’의 첫 작품인 ‘팬서레이크’를 제대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조건에서는 CPU의 성능과 전력효율은 반비례한다. 때문에 CPU 성능을 희생하지 않고도 전력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써 전류가 흐르는 선폭을 줄이는 경쟁이 업체들 사이에 불붙고 있는 것이다. ‘2나노(㎚) 공정’ ‘18옹스트롬(Å)공정’은 일종의 마케팅 용어다. 진짜 모든 선폭의 크기가 2㎚, 18Å라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용어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선폭이 그만큼 가늘어 전력효율을 높이면서도 CPU 성능을 희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관련 기술의 최정점은 TSMC와 삼성전자가 출시한 2㎚ 공정이었다. 그런데 인텔이 진짜 18Å(1.8㎚) 공정에 성공해 단숨에 최선두 그룹에 재합류했다.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세 명이 각축을 벌이던 선두그룹에서 낙오해 시합 도중 기권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주자가 갑자기 스퍼트를 올려서 선두그룹에 다시 복귀한 것과 비슷하다.
설계 제조생산을 하는 유일한 반도체회사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제조생산에 방점이 찍히는 회사지만, 인텔은 ‘설계와 제조생산’을 모두 하는 이른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으로서 CPU GPU 분야의 유일한 회사이다. 인텔의 경쟁자로 꼽히는 AMD와 엔비디아는 설계만하고 실제 생산은 TSMC와 같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대표적인 팹리스다.
모든 것을 혼자서 다하는 인텔 방식은 지난 수년간 구시대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게다가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복잡한 내부 업무 구조와 공정을 가지고 있어서 잃어버린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조차도 난감한 상태로 여겨졌다. 예전과 같은 기술력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텔은 AMD나 엔비디아처럼 설계에 집중하고, 제조공정은 분리・매각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인텔 이사회는 인텔 최초의 32비트 CPU 80386의 수석설계자이자, 인텔의 창업자 3인방인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앤디 그로브의 적통 후계자로 불리는 ‘팻 갤싱어’를 CEO로 임명했고, 갤싱어는 기술적인 미션 임파서블을 마침내 성공시켰다. 다만 갤싱어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 최고의 기술력을 회복시켰지만 그 기간 동안 누적된 엄청난 적자와 주가하락, 그리고 이사회의 구조조정 요청을 거부한데 책임을 지고 한번의 임기를 끝으로 작년에 물러났다.
인텔의 부활이 특히 인상적인 것은 단지 팬서레이크의 성능이 대폭 높아지면서도 전력소비가 대폭 감소했다는 점뿐만 아니다. 이전 세대 제품인 ‘루나레이크’를 TSMC에 위탁 생산했다는 치욕을 이겨내고 팬서레이크는 100% 자체 생산이며, 이 제품이 현재 최첨단인 18Å 공정에서 전량 나온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또 CPU의 성능만 높인 게 아니라 내장된 그래픽코어로 기존의 아이리스가 아닌 아크를 채택해 엔비디아 RTX 4000 시리즈 외장 그래픽과 유사한 성능을 달성한 점, 그리고 내장 NPU 성능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요구한 40톱스(TOPS, 1초당 1조번 연산) 이상을 모두 달성했다는 점도 그렇다.
기술적으로는 삼성과 TSMC를 제쳐
특히 인텔은 18Å 공정에 트랜지스터를 리본펫(RibbonFET, GAA 나노시트) 방식으로 구현함과 동시에 파워비아(PowerVia, 후면 전력 공급) 배선 기술을 결합하는데 성공함으로서 현재 이 분야의 유일무이한 회사가 되었다.
삼성전자도 GAA 나노시트 방식의 트랜지스터를 사용하지만 아직 후면 전력 공급을 성공시키지 못한 MBC펫 트랜지스터 방식을 3㎚와 2㎚ 공정에서 사용중이다. TSMC는 N2라고 불리는 2㎚ 공정에서 GAA 나노시트 방식의 트랜지스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후면 전력 공급 방식을 아직 결합시키지 못했고, N3라고 불리는 3㎚ 공정에서는 이전 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핀펫을 사용 중이다.
선폭을 18Å 이하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인텔처럼 GAA 나노시트 방식의 트랜지스터 구조에 후면 전력 공급 방식의 결합을 성공시켜야 한다. 이는 삼성전자와 TSMC에 기술적인 도약을 요구한다. 어느새 트랜지스터 구현 기술에 대해서는 인텔이 선발주자가 되었고 TSMC와 삼성전자는 추격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또 하나의 놀라운 소식은 지난주 미국 투자은행 키뱅크의 애널리스트 존 빈(John Vinh)이 인텔 18Å 공정 수율이 60%+이며, 삼성 파운드리 SF2(2나노) 수율은 40% 미만으로 분석된다는 비교를 발표한 것이다. TSMC의 N2 공정의 수율은 70~80%로 알려져 있는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인텔이 현재의 확고한 2등인 삼성전자와 자리를 바꾸게 된다.
한편 시장에서는 애플이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에 인텔의 x64 구조가 아닌 ARM 구조에 기반한 자신들의 CPU를 18Å 공정 위탁생산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인텔이 사업상으로도 완전히 부활한 것은 아니다. 기술적 리더십을 회복한 것은 이번에 확인되었지만 비즈니스 리더십 회복 여부는 지금부터다. 현재 인텔의 CEO는 ‘립부 탄’이 맡고 있는데, 탄은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이후 MBA를 취득하고 반도체 설계 공정 패키징 시스템 전 분야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케이던스’에 13년간 재직하면서 오늘날 성공을 이루어냈다. 그는 반도체 전문 투자회사 ‘왈던 인터내셔널’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리더십 회복여부는 지금부터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강압적 리더십의 ‘윌리엄 쇼클리’ 회사에서 뛰쳐나온 반항아 8인이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만들었고, 이들 중 3인이 다시 인텔을 창업한 다음 차례대로 CEO를 역임했다. 로버트 노이스는 MIT 물리학박사, 고든 무어는 칼텍 물리학·화학박사, 앤디 그로브는 버클리 화공학박사였다.
그런데 그로브 이후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마케팅 전문가 ‘폴 오텔리니’가 9년, 산호세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6년간 CEO를 역임하는 사이에 인텔의 영혼 철학 문화 기술력은 상당히 무너져버렸다.
‘폴 오텔리니’는 애플이 요청한 아이폰용 CPU 제작을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포기했다. 이후 인텔은 모바일 혁명에서 완전히 소외되었고 제때 CPU 구조전환을 하지 못해 이후 AMD에 발목을 잡힐 만한 걸림돌을 만들었다. 그는 장기적 기술 트랜드를 읽지 못해서 인텔의 위기를 잉태시킨 CEO였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기술전문가라기보다 현장관리자였다. 그 역시 기술 트랜드를 읽지 못해서 10㎚ 공정 대실패, GPU 실패, AI 시대 대비 실패 등으로 결국 CEO 재임중에 TSMC에 기술적으로 뒤처지게 된 굴욕적 결과를 초래했다.
이후 인텔 이사회는 일명 ‘위기의 인텔을 구할 지구에서 유일한 사람’으로 당시 인텔을 나온 후 10년간 VMWare CEO로 근무하면서 회사를 탄탄한 반석에 올려놓은 팻 갤싱어를 구원투수로 선정하게 된다. 갤싱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에 인텔에 입사한 천재였다. 이후 인텔에 재직하면서 스탠포드대학에서 컴퓨터과학과 전기공학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갤싱어는 지난해 인텔을 떠났지만 ‘노이스-무어-그로브’로 이어지다가 ‘오텔리니-크르자니크’ 때 망가져버린 인텔의 영혼 철학 문화 기술력을 다행히 부활시켜 놓았다.
현재의 탄은 인텔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CEO이다. 원천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 기술적인 트랜드를 읽는 눈, 투자자의 경험과 관점을 가진 CEO의 시대를 맞아서 인텔의 비즈니스도 부활할 것인가? 아니면 어렵사리 부활한 기술력과는 달리 시장에서는 계속 어려움을 겪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