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손자병법
성과금의 퇴직연금 DC형 불입, 노사정 모두에 이익
최근 경영성과금을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납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일부 기업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법적 요건 및 절차에 따라 성과금이 DC형에 납입되는 경우 납입시점에 과세이연과 퇴직시점에 근로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보험료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다만 퇴직소득은 분리과세가 원칙이어서 성과금을 근로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으로 처리할 경우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기업은 과세당국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하다.
기업의 과세당국에 대한 시선 의식은 기우, 제도적 기반 이미 마련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기우에 가깝다. 과세당국은 이미 2015년 법개정을 통해 경영성과금을 DC형에 납입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했다. 경영성과금의 DC형 납입과 근로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으로의 인정이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를 초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급격한 초고령사회 진입이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공적연금 등 정부 주도의 사회안전망만으로는 노후소득 보장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에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연금을 더 적립해 노후에 활용할 수 있다면 정부나 과세당국이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과세당국의 결정 역시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과 미래 세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기에 기업이 이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기존에 DB형(확정급여형) 퇴직연금만 운영한 기업이라면 우선 DC형 제도를 추가 도입해야 한다. DC형이 도입됐다면 연금규약에 부담금의 산정방식 지급시기 납입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에 따라 경영성과금을 납입해야 한다.
이미 DC형을 운영 중이더라도 성과금 납입 근거가 규약에 없다면 규약 변경을 통해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갖추지 않을 경우 납입된 성과금이 퇴직소득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한다.
근로자 선택권 보장, 제도 운영 유연성 필요
성과금의 일시금 수령을 희망하는 근로자도 존재하고, 중도인출이 제한되는 퇴직연금 제도의 특성상 세법에 따라 제도를 도입했다고 해서 모든 근로자가 반드시 성과금을 DC형에 납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과금의 DC형 납입에 대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자신의 재무 상황과 생애주기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최초 납입에 동의했더라도 규약상 납입 비율 변경 등의 절차를 통해 납입을 철회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성과금의 DC형 납입에 부동의한 근로자가 이후 규약 변경 등을 통해 다시 DC형에 납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명확하지 않다.
노동당국은 규약 변경을 통해 재납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퇴직소득 인정 여부는 과세당국의 판단 사항이라는 입장인 것 같다. 연금사업자들은 퇴직연금의 자의적 운영을 제한하려는 입법 취지상 최초 부동의한 근로자가 이후 DC형에 납입하더라도 퇴직소득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다수다. 과세당국은 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등으로 연금 운용에 대한 근로자 권리가 확대되고 있고, 생애주기에 따라 자금 활용 목적이 달라질 수 있으며 퇴직연금이 중요한 노후 소득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초 선택에 따라 향후 선택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 최초 DC형 납입을 선택하지 않았던 근로자에게도 향후 재선택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퇴직소득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DC형 납입 전 ‘임금성’ 판단은 필수
지금까지 경영성과금의 ‘비임금성’을 전제로 DC형 납입의 장점을 살펴봤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경영성과금이 근로의 대가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회사에 지급 의무가 있으며 총보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경우에는 이를 임금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성과금의 DC형 불입을 검토할 경우 반드시 해당 성과금의 임금성 여부에 대한 선행 검토가 필요하다. 사후적으로 성과금이 임금으로 인정될 경우 퇴직급여 과소지급 문제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금성이 인정된 성과금을 DC형에 납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과세당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할 것이다.
김영섭
김앤장 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