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앞 통합 카드…정청래 ‘정치적 시험대’
‘지방선거 완승’ 공감대 속 내부 반발 변수
조국혁신당 정치적 선택·견제론이 관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조국혁신당에 던진 합당 제안이 정국을 흔들었다. 6.3 지방선거를 넉 달여 앞두고 나온 통합 승부수가 범여권 재편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정 대표는 22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에 제안한다. 우리와 합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방선거 승리라는 시대정신을 위해 하나가 되자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양당의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라며 “양당 간 논의가 잘 진행되기를 (기대하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과 표 분산을 막아 서울과 충청, 부산·경남 등 전략지역에서 승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이재명정부의 개혁과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것이 민주당의 당면 목표 아니냐”면서 “승리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면 그 절차를 밟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당 재선의원은 “양당이 지방선거에서 각자도생하면 접전지역에서 지지층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방선거 후 혁신당이 나름대로 지역기반을 갖게 된다면 합당 논의는 더 어려워진다”고 전망했다.
여야의 지지율 격차가 뚜렷하지만 아직 압승을 기대할 수준은 아니라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통합을 통해 2018년 문재인정부 집권 초기에 실시된 지방선거 이상의 확실한 승리를 위한 기반을 만들자는 취지다.
정청래 대표 본인에게도 확실한 정치적 카드로도 작동할 수 있다. 정 대표에게 6.3 지방선거 성적표는 연임을 포함한 차기 행보의 기준선이다. 박수현 수석 대변인은 전격적인 통합 제안과 관련해 “대표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은 “정 대표 제안을 적극 환영하고 지지한다. 목표가 같으면 함께 걸어야 한다”고 반겼다.
6.3 지방선거와 정 대표 차기 행보를 위한 정치적 승부수가 실제 통합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민주당 내부 반응이 냉랭하다. 통합에 대한 공감대에도 불구, 이 대통령의 경제 성과가 조명받아야 할 시점에 대형 이슈를 던져 ‘스포트라이트’를 분산시켰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박홍근 의원은 페이스북에 “경제 회복을 넘어 대도약의 문이 열리고 있는데 정 대표가 초대형 이슈를 여의도 한 가운데 투척했다”며 “이게 벌써 몇번째냐”고 썼다.
당 통합이라는 중대사안을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에게조차 발표 20분 전 통보한 것도 비판적 여론을 자극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일종의 날치기”라며 “당원 주권을 강조하면서 왜 의사는 묻지 않느냐”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선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거친 표현까지 나왔다. 한준호, 박주민 의원 등도 전격적인 합당제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 대표의 1인1표제 신속 처리 입장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비당권파의 조직적인 반발 가능성도 거론됐다. 혁신당과 통합 제안을 정 대표의 연임 프로젝트로 평가절하하는 주장도 나왔다. 당내 반발이 커지자 정 대표는 22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오늘 합당 제안을 한 것이고, 당연히 당원들의 뜻을 묻는 절차, 전 당원 토론 절차, 당헌·당규에 맞게 전 당원 투표도 하게 된다”며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뜻에 따라 당의 길이 결정된다”고도 강조했다.
조국혁신당이 합당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조 국 혁신당 대표는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에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 대표는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동시에 조국혁신당은 정치개혁과 개헌, 사회권 선진국 실현, 토지공개념 입법화 등 민주당이 말하지 않는 진보적 미래과제 독자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시대적 과제를 모두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의 조속한 개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의 밀어붙이기식 제안에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조 국 대표와 혁신당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독자 생존을 결정하는 분수령으로 통한다. 호남권을 중심으로 교두보를 확보해 3~4%대에 머물러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려 반등의 계기를 잡느냐가 달려 있다. 조 국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고 구속된 후 혼란을 겪던 내부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전 합당을 통해 범여권 분열과 독자생존 부담이라는 정치적 위험을 낮출지, 아니면 지방선거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둬 기반을 마련한 후 확실한 지분을 갖고 통합 협상을 벌일지 등이 관건이다. 조 국 대표의 출마에 대한 판단도 함께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조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국회의원 재보선 등에 출마하는 것을 원칙으로 3월 중 해당 선거구를 정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국회의원들 내부에서도 합당파와 독자파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당이 통합에 합의한다고 해도 지방선거 전 조기 통합을 원하는 민주당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조국혁신당 사이의 치열한 수 싸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