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혜훈 지명철회와 ‘통합인사’의 조건

2026-01-26 13:00:06 게재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이후 국민통합 방식으로 선택한 것은 ‘탕평인사‘와 ‘흑묘백묘론’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를 “탈이념 탈진영 탈정쟁의 현실적 실용주의”라고 했다. 그는 탈핵이나 성장주의 등 진보진영이 꺼렸던 단어들을 꺼내 들었고, 대선기간부터 보수진영 인사 영입에 나섰다.

취임 이후엔 윤석열정부에서 일한 송미령 농림부장관과 오유경 식약처장을 유임시켰고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권오을 보훈부장관 등 보수정권에서 일했거나 보수성향 인사들에게 국정의 일부를 맡겼다. 김성식 전 의원에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자리를 내줬다.

그러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기획예산처 장관후보자에 보수정당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했다. 신설된 기획예산처는 현재와 미래의 국가 전략을 설정하고 이와 연계한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핵심 부서다. 이 전 의원을 지명하면서 청와대는 탕평·통합인사라는 점을 앞세우고 이 전 의원의 전문성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 전 의원은 내란을 옹호하거나 이재명정부의 재정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한 인사였다는 점이 부각됐고 ‘보좌진 갑질’ 논란이 쏟아져 나왔다. 또 ‘불법청약’ ‘자녀 병역특혜’ ‘아빠찬스를 이용한 자녀 대학입학’ 등의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이 전 의원 지명 이유를 다시한번 설명했다. “필요하면 칼도 활도 쓰는 거다” “기본을 잃지 않되 모두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한번 찾아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검증문제를 직접 꺼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검증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실 듯한데 문제 있다”면서 “보좌관 갑질을 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아느냐” “그쪽 진영에서 공천을 무려 5번이나 받아서 3번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아무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분이지 않나. 우리로선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렵게 이 전 의원을 섭외했을 이 대통령으로서는 양 진영의 융탄폭격, 특히 지지층의 비판이 야속할 수도 있다. 보수진영 인사를 설득하는데 많은 애를 썼다고 한다. 사실 개별접촉에 의한 보수진영 인사 영입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제안을 받는 쪽이나 제안한 쪽이나 모두 ‘위험’을 감당할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좋은 인사’를 영입해야 하고 검증은 더욱 철저해야 했다. 자리를 탐하는 사람들의 ‘배신’을 받아주는 방식은 오히려 통합을 깰 가능성이 높다.

이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후 청와대는 “통합인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보수진영 인사 영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어쨌건 이번 실패가 통합인사의 원칙을 제대로 세우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이든 활이든 필요하면 쓸 수 있지만 급하다고 녹슬었거나 휘어진 것을 쓸 순 없지 않은가.

박준규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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