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 투자 비중 1.7%p 확대

2026-01-27 13:00:02 게재

해외주식 목표 1.2%p 하향 조정 … 기계적 자산재분배 유예

국내 주식 7조·채권 17조 늘고 해외 24조↓… 환율 안정 기대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1.7%p 확대했다. 반면 해외 주식 목표 비중은 1.2%p 하향 조정했다. 목표 비중 초과 시 기계적으로 자산을 매도하는 ‘자산재분배(리밸런싱)’ 규정도 한시적으로 유예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투자 금액은 7조원 증가, 채권투자는 17조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해외 주식투자 금액은 약 24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달러 수급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고환율 기조를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주식 0.5%p, 채권 1.2%p ↑ = 27일 보건복지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국민연금은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도 제1차 기금운영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 개선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통상 2~3월에 열리던 1차 회의가 1월에 소집된 것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급변하는 외환시장과 국내 증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국내 자산 비중의 확대다. 국민연금은 올해 말 기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4%에서 14.9%로 0.5%p 상향 조정했다. 국내 채권 비중도 당초 계획 23.7%보다 1.2%p 높은 24.9%로 올렸다. 정부의 확장 재정 및 연 최대 200억달러의 대미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국채 발행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자산 1428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국내 채권 투자 금액은 당초보다 약 17조원, 국내 주식 투자 금액은 약 7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해외 주식 투자 금액은 약 24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어 26일 원달러 환율(1443원)로 계산하면 약 168억달러가 축소된다.

◆‘기계적 매도’ 멈춘다 = 또 기금위는 자산군 비중이 목표에서 벗어날 경우 허용범위내 있도록 조정하는 ‘리밸런싱’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기금위는 국민연금의 적립금이 2019년 713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1450조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한 상황을 고려했다. 덩치가 커진 만큼 과거의 리밸런싱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국내 증시 상승기에 연기금의 매도 물량이 쏟아져 상승 탄력을 둔화시킨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유예 결정으로 인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14.9%)를 넘어서더라도 즉각적인 매도에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및 채권 목표 비중 이상으로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이 역대급 성과를 내며 기금 규모가 커진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대됐다”며 “국민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시장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환율 안정 ‘청신호’ = 이번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외환시장에도 강력한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주식 투자 비중 축소는 곧 해외 자산 매입을 위한 달러 환전 수요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이번 기금위 결정으로 국내 주식 및 채권 수요기반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일부 논란은 있지만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축소되면서 달러 수급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 조정이 여타 연기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하면 달러 수급 개선 기대감은 그동안 팽배했던 원화 약세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 대외적인 환경 변화도 원화 가치 회복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와 일본 외환당국의 이례적인 외환시장 공조 개입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간밤 엔달러 환율은 한때 160엔대에서 153엔대까지 급락하며 엔화 강세를 보였다. 엔화 강세 현상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압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일부에서 소위 ‘마러라고 합의’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동시에 미국이 일본에 추가 금리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분간 엔 추가 강세 압력이 높아질 공산이 높은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 재발 우려 등이 당분간 달러 약세 압력으로 나타날 수 있음도 엔화의 추가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 목적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코스피 5000’이나 환율 안정 등 정책 목표에 무리하게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는 환율이 급등하자 국민연금을 ‘소방수’로 활용하려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며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안전하게 불려야 할 책임이 있는 곳으로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 삼는 건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김영숙·김규철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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