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혁신당 합당론 ‘숨 고르기’…물밑은 ‘부글부글’
민주, 절차적 정당성 실종에 반발
혁신당 “흡수통합 안돼” 선 긋기
새정치민주연합 실폐 사례 재소환
민주당은 합당론과 관련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를 이 전 총리에 대한 애도·추모 기간으로 지정했다. 시·도당에 빈소를 설치하고 전국에 추모 현수막을 걸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뒤 기자들과 만나 “장례 기간 중 정 대표와 지도부는 빈소를 지키며 상주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정 대표는) 이 기간에 언행에 각별히 유의할 것과 정쟁적 요소의 논평과 발언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최고위에 불참하며 정 대표의 독단적 당무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던 이언주 강득구 황명선 최고위원도 관련 언급을 삼갔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역시 정 대표의 합당 제안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이날 소집했던 총회를 순연했다.
시기가 미뤄졌을 뿐 정 대표의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추모·애도 기간이 지나 각 당이 당원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당원의 추인 결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합당 실무 얘기를 양당이 거론하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모 기간이 지나면 민주당 내 합당 반대 기류가 재차 분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대표가) ‘대통령 팔이’를 그만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저뿐 아니라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다 직접 확인했다. (협의는) 없었다”며 합당 제안 자체가 정 대표 개인 생각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건태 의원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격전지) 지역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데, 혁신당과의 합당 시 유리한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합당 반대 의견을 낸 장철민 의원도 BBS 라디오에서 “혁신당 뿐 아니라 전체적인 진보정당 사이에서 선거 연대를 어떻게 가져갈지 토론해야 하는데, 합당 과정에서 쌀을 씻고 뜸을 들여 밥을 하기 전에 갑자기 ‘뻥튀기’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합당 상대인 조국혁신당 분위기도 심상찮다. 조국혁신당은 26일 민주당과의 합당 제안에 대해 “당원의 총의에 따라 합당 여부를 판단하겠다”면서 당 최고위와 당무위에서 수용여부를 결정한 뒤 전당원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당 협의에 대한 전권은 조 국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질서 있고 차분한 대처’를 강조한 가운데 민주당 중심의 흡수통합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이 지난 25일 ‘합당 시 더불어민주당 당명이 유지된다는 생각을 당연히 갖고 있지 않겠느냐’고 답한 것을 두고는 “흡수 합당을 전제로 한 듯한 발언”이라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27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 논의가 시작되면 양당의 사무총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는 무례한 일방주의”라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국민 입장에서 민주당은 이미 과반이 넘는데 12명의 혁신당 국회의원이 더해지는 것이 무슨 의미와 감동이 있겠느냐”면서 “정치개혁 등을 통해 비전과 희망을 주는 가치 통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국 대표가 언급한 통합 이후에도 ‘혁신당의 DNA’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은 민주당 내부의 절차가 쟁점이지만 실제 통합논의에 들어가면 명칭과 당이 표방한 정책 등에 대한 반영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도 확장성’을 강조해 온 민주당과 ‘진보성 강화’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혁신당의 화학적 결합이 관건이다.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치러진다는 점에서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기싸움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흡수’를 고집할 경우, 혹은 혁신당에 호남권이나 수도권 등의 공천권 일부를 보장하는 등 지분 배분 문제는 공천 갈등을 넘어 지방선거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에 두고 3월 전격적으로 합당·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철을 거론하기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 직후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판정패 했고, 7.30 재보선에서는 15곳 중 단 4곳만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당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대위 체제가 출범했지만 이듬해 4월에 치러진 4.29 재보선에서는 당시 여당과 무소속에게 4석을 내주고 완패했다. 결국 안철수계가 탈당하면서 분당했다. 서로 다른 지지층과 가치를 지닌 세력이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선거용 합당’으로 화학적 결합에 실패한 대표 사례로 꼽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