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상처투성이 군이 거듭나려면
법원의 1심 판단이 시작되면서 ‘12.3 비상계엄’은 이제 ‘12.3 내란’으로 확실하게 정리되어 가고 있다. 이 내란에 군 다수가 참여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 군인에 해당된 일이었지만 내란 가담은 군 조직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1년여 전, 군의 국회 진공작전은 방송 인터넷 등을 통한 생중계로 온 국민이 지켜보는 데에도 진행됐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시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심의를 방해하는 군 작전은 분명히 불법이었다. 여기에 동원된 군은 명령에 따른 행동이라지만 불법 행위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 이것만으로도 군은 명예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앞으로 이들 참가 군인들에 대한 호칭도 달라져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12.3 내란에 대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 ‘위력이 있는 폭동’이라고 판결했다. 고통스럽지만 ‘내란군’이 맞는 표현이다. ‘계엄군’이 아니다. 과거 5.18 민주화운동에서도 대법원은 ‘군사반란’, ‘내란'이라고 판시했다. 그에 따라 전두환씨 세력은 ’반란군‘, ’내란군‘이다. 아직까지도 빈번하게 사용되는 ’신군부‘라는 용어는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두리뭉실한 표현이며, 역사적 단죄와 거리가 멀다.
내란 가담은 군 조직에 깊은 상처
그동안 내란 세력들은 군 병력을 동원했고, 그것도 야전 최정예 부대를 선택했다. 박정희씨의 5.16 세력은 공수특전단, 해병1여단 병력을 서울로 진입시켰다. 전두환씨가 동원한 특전사 1여단은 국방부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특전사 3여단은 특전사 사령관실에 총질하고 5.18 광주로 내려가 시민들에게 곤봉과 대검을 휘두르고 끝내 총격을 가했다. 특전사 가운데에도 앞에 위치한 여단일수록 정예 부대로 평가되던 시절이었다.
윤석열씨도 특전사 정보사 수방사 등을 동원한 가운데 특전사령부 직할부대로 특수전 최고부대라는 707여단도 국회로 보냈다. 외부 적을 격퇴하는 데 앞장서야 할 이들 부대들이 역사적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국가 안보를 걱정한다면 타기돼야 할 행태이다. 또다른 상처는 국회 진공작전의 과정에서 드러난 명령-복종 관계이다. 군에서 명령-복종이 이뤄져야만 작전 수행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다. 군인복무규율에서 명령은 ‘상관이 부하에게 발하는 직무상의 지시'를 말하고, ‘부하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같은 규율에서 ‘발령자는 직무와 관계가 없거나 법규 및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하는 사항 등을 명령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그 명령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평시와 다름없는 시기에 군 특수부대의 국회 출동은 상식에도 맞지 않았고, 그에 따라 불복종 또는 소극적 대응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오히려 부당한 명령에 복종한 사례는 명령의 기본 원칙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최고 지휘관(대통령)이 지휘 단계를 생략해 야전 지휘관(사령관)에게 직접 전화로 명령 수행을 독촉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한마디로 지휘체계는 정연하지 못하고 뒤죽박죽 상태였다.
이와 함께 12.3 내란은 무력 정치 개입을 기록한 또다른 사례여서 ‘군은 언제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불신을 일반 국민들에게 심어주었다. 그리고 임관 출신, 지연, 학연 등 연줄로 이어지는 장교 상하 관계, 정실에 좌우되는 보직과 진급, 집단 이기주의의 폐해 등이 드러났다.
군 내부 비장한 각오와 처절한 몸부림 필요
현재 군 내부가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내란 징계자가 많아지면서 넓어진 진급 기회로 축하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김영삼정부 시절 군 사조직 하나회 척결 이후도 그랬다.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고치려는 노력보다 그 체제가 주는 혜택에 안주하려는 분위기였다. 곧이어 터진 연이은 사고는 ‘YS 군 개혁’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군인은 진급하면 새로운 임무를 감당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신임 지휘관들이 3개월 동안 야전 침대를 사무실에 갖다놓고 부대 업무파악을 했던 적도 있었다. 꼭 그대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신, 없는 능력까지 쥐어짜는 처절한 몸부림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