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행정통합, 바로 지금이 적기다

2026-01-28 13:00:00 게재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으로 이어지는 통합 흐름은 이미 몇몇 지역의 선택 문제를 넘어섰다. 정부가 재정과 권한 위상까지 묶은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행정통합은 더이상 지방의 자율적 실험이 아닌 국가 차원의 구조 논의로 끌어올려졌다.

우리나라 행정구역 체계는 입법·사법 영역과 달리 100년 넘게 구조적 조정 없이 유지돼 왔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인구 편차 기준이 작동하고, 법원 관할 역시 사건 수와 접근성을 기준으로 재편된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도 생활권·경제권 단위로 조직을 계속 조정해 왔다. 그러나 시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자치행정의 경계만은 사실상 고정돼 있다.

이로 인한 비합리성은 곳곳에서 누적됐다. 인구 100만이 넘는 기초지방정부와 1만명도 안 되는 군이 같은 제도틀 안에 놓여 있고, 동일한 세금을 내는 주민이 행정구역에 따라 전혀 다른 행정 역량과 서비스를 경험한다. 생활권은 이미 초광역으로 움직이는데 행정은 분절돼 있고, 정책은 권역 단위로 설계되지만 집행 과정에서는 경계 조정 비용이 반복적으로 소요된다. 행정구역이 정책 실행의 발목을 잡는 구조가 고착돼 온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행정통합 논의는 단순한 ‘통합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통합을 통해 행정구역 자체를 바꾸지 않더라도, 지금의 경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정부가 제시한 행정통합 교부세, 특별행정기관 이관, 서울시급 위상 부여 구상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행정 규모를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권한과 재정 위상을 함께 재설계하겠다는 신호라고 봐야 한다.

물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 인센티브의 지속성, 중앙 주도의 속도전, 통합 이후 내부 격차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가 곧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역대 정부마다 반복돼 온 행정통합 좌절의 공통점은 ‘제도적 조건이 성숙했을 때 결단을 미뤘다’는 데 있었다. 지금은 정책의 창이 열린 시점이다.

중앙정부의 명확한 방향 제시, 재정·권한·위상을 함께 묶은 인센티브, 여야를 가로지르는 특별법 논의, 초광역 정책 수요의 증가는 동시에 나타나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이런 조건이 다시 갖춰질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행정통합은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한 드문 기회다. 지금 이 문을 넘지 못한다면 행정구역 개혁 논의는 다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행은 미루는’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더 이상 망설임의 언어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속도가 곧 실력’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김신일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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