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 본격 개막…“추가 상승 여력 있다”
코스닥 사흘 연속 ↑ 지속
실적·증시 체질 개선 기반
단기 급등에도 거품 없어
증시 개혁 지속 여부 관건
‘코스피 5000’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코스닥은 사흘 연속 불장 지속하며 ‘1100 고지’를 돌파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국내 증시 급등세가 실적과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기반으로 한 단계적 도약으로 거품이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지속에 따라 반도체 실적 기대감이 확대되고,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확산 등으로 추가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단기적 반등 아닌 중장기 상승 흐름 = 2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60.54포인트(1.19%) 오른 5145.39로 출발한 이후 오전 9시 13분 현재 79.82포인트(1.57%) 오른 5164.67에서 거래 중이다. 코스피가 장중 5100선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8.97포인트(1.75%) 오른 1101.56을 보이며 2004년 지수 개편 이후 처음으로 1100선을 넘어섰다. 지수는 10.88포인트(1.00%) 오른 1093.47로 개장한 이후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호실적에 대한 기대감 속에 기술주 강세가 이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발언을 철회할 여지를 보이자 코스피와 코스닥은 상승 출발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장보다 15.2원 내린 1,431.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전일 코스피는 5084.85로 장을 마치며 종가기준으로 사상 처음 5000선을 돌파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사상 최대치인 4204조원을 기록하며, 4000포인트 돌파 당시(3326조원)보다 무려 850조원 이상 증가했다. 작년 한 해 76%의 수익률을 기록한 코스피는 올해도 21%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증시 상승세는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환 안정 대책 추진으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완화와 같이 주주환원 확대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자본시장 체질 개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지수 상승은 단기적 반등이 아닌 중장기 상승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거래소는 “새 정부 출범 후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지수 상승과 함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밸류에이션 지표도 동반 개선되며, 상대적 저평가 국면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블룸버그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국가별 지수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한국 증시의 PER과 PBR은 이날 현재 각각 16.73배와 1.95배로 집계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코스피 5000 돌파는 대한민국의 경제 대도약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자본시장을 통해 모인 자금이 생산적 금융으로서 기업의 혁신 투자를 견인하고, 실물 분야의 혁신이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24년 말 비상계엄 등으로 극대화됐던 사회경제적 혼란으로 작년 4월 코스피는 2284까지 급락한 바 있다. 이후 정치 사회의 혼란 수습, 새정부 출범, 저평가된 한국시장 재평가를 위한 상법 개정 등 제도적 노력이 이어지며 코스피는 6월에 3000선 회복, 10월에는 4000선을 돌파하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 이어 3개월 만에 종가 기준 5000선을 넘어서는 강세를 시현했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이지만 한국 시장의 저평가 요인 해소, 반도체를 필두로 한 기업 이익의 폭발적인 성장 등 뚜렷한 상승 요인과 함께 주가 상승이 진행되어 급등에도 불구하고 거품이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영업이익 전망 상향…지수 레벨업 기대 = 이제 중요한 것은 코스피 5000선 안착과 향후 상승세 지속 여부다. 블룸버그 상 집계되는 2026년 코스피 목표주가 전망치는 5500포인트로 형성되는 등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올해에도 코스피의 레벨업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코스피의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 상향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상당기간 동안 코스피상승 지속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연구원은 “우선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AI 관련 제조업과 방산, 조선 등 공급망 단절에서 기인하는 수혜 업종들도 이익 성장에 기여할 전망”이라며 “밸류에이션개선 역시 상법 개정과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꾸준히 세계 시장과의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기대했다.
코스피 시장 내 주가 상승 종목 수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1~3주차 기간 동안 코스피가 약 12% 폭등하는 과정에서 일평균 상승 종목은 364개인 반면 하락 종목은 418개로 더 많았다.
반면, 4~5주차 기간 동안 코스피가 약 4% 상승하는 과정에서 일 평균 상승 종목은 443개로 하락 종목 357개를 넘어섰다. 한 연구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종목 간 수익률 분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코스피 내 과열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개혁 완수해야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들 또한 코스피의 추가 상단 확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판단했다.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2026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 이슈’ 세미나에서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올해도 기업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정상화로 코스피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소수 대형 종목과 특정 업종에 집중된 지수 상승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제도·인프라 개선과 함께 정보공시, 기업 IR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를 개최한 자본시장연구원 김세완 원장은 ‘코리아 프리미엄’ 확산을 위해 자본시장이 대응해야 할 과제로 △생산적 금융을 위한 금융투자업의 역할 강화 △자금의 자본시장 유입과 선순환 구조 촉진 △인공지능(AI)·디지털 금융혁신 대응 △주주 권익 제고 △주식시장 인프라 고도화 및 장기투자 기반 확대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시장전문가들 또한 향후 증시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자본시장 개혁의 지속성을 꼽는다.
강력한 주주 보호 정책과 자본시장 개혁이 이어질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열릴 수 있지만, 개혁 동력이 약화될 경우 단기 급등 이후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상승장 또한 △속도 조절 후 상승의 루트를 탈지, 혹은 △고점 인식으로 하락 전환할지 아니면 △별 다른 조정 없이 지속 상승할지 등 여러 갈림길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연속적인 주가 상승보다는 속도조절 성격이 수반된 숨고르기 장세가 간헐적으로 출현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상법개정안 등이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을 얼마나 유도할 지가 관건이다. 한 연구원은 "이를 감안 시, 추후에도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증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에 부합하는 행위 등 여러 측면에서 변화가 나타날 것이며, 이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국내 증시의 재평가(리레이팅)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