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작년 7월 이후 첫 금리 동결…경제 성장세 개선 평가

2026-01-29 13:00:03 게재

경제활동 '완만한 → 견조한' 속도 확장

‘고용 하방 위험 커지고 있다’ 문구 삭제

파월, 차기 의장에 “선거 정치 멀리하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지난해 7월 동결 이후 6개월 만이다.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향후 경제상황 변화를 기다리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연준 주요 인사들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했다고 명시했다. 기존 완만한 속도에서 더 긍정적인 표현이다. 고용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문구도 삭제했다. 차기 의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요청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민주주의와 선진경제의 근간으로 절대 훼손될 수 없다”며 “선거 정치를 멀리하라”고 당부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26년 1월 28일 수요일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하고 질문에 답했다. 사진: 애너벨 고든/UPI

◆매파적 성명서…“인상은 없다” 파월 발언 금융시장 진정 = 미 연준은 이날 올해 연방공개시장의원회(FOMC)에서 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고용 증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실업률이 일부 안정화 조짐을 보인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성명서에서는 그동안 포함되어 있던 ‘고용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금리동결 결정과 함께 성명서가 공개되면서 금융시장은 흔들렸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리스크에 대한 평가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췄기 때문이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4bp 가까이 반등하며 4.27%를 상회했고, 달러 인덱스도 96.5p를 넘어섰다. 다우와 S&P500지수는 낙폭을 키웠고, 나스닥도 하락 반전하기도 했다. 연준이 성명서를 통해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리스크에 대한 평가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낮췄기 때문이다.

성명서에 경제 활동이 ‘완만한 속도’에서 ‘견조한 속도’로 개선됐다는 것은 경기 판단을 한단계 상향조정한 것이다. 고용 시장에 대해서는 “일자리 증가세가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실업률이 일부 안정되는 조짐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소 높은(somewhat elevated)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아갔다. 기자회견 동안 채권 금리와 달러화는 하락세를 보이며 10년물 국채금리는 4.246%로, 달러화는 96.21포인트로 내려왔다.

미국 3대 지수 모두 플러스 반전에 성공했고, 장 중 상승 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향후 정책 경로와 관련해 “어떤 가능성도 테이블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다음 정책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누구의 기본 가정(base case)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월, 신중한 태도 견지 = 파월 의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나 연준 독립성 및 차기 의장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외환시장에 대한 판단과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도 철저히 선을 그었다. 시장의 관심은 파월 의장이 최근 자신을 겨냥한 미 법무부의 형사 기소 움직임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에 쏠렸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에 대해 추가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 공개 성명을 내고 자신이 연준 청사 건물 개보수 문제와 관련해 대배심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발부받았다며 이번 수사가 연준의 독립성에 관한 전례 없는 행정부의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파월 의장이 자신을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었다.

소환장 발부 사실이 알려진 직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장은 물론 월가 주요 인사들이 연준 독립성 침해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머지않은 미래’에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최근 월가 안팎에선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함께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급부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차기 의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요청에 “첫째로 선거정치(elected politics)를 멀리하라”라고 말했다. 이어 “연준의 민주적 책임성을 향한 창구는 의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민주주의와 선진 경제의 근간이라며 절대 훼손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간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날 연준 결정 과정에서 2명의 반대 의견이 나와 연준 내부 위원들 간 의견이 여전히 갈라져 있음을 보여줬다.

이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로 임명한 최측근 인사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작년 12월 회의에서 0.50%p 인하 의견을 낸 데 이어 이번 회의에서도 0.25%p 인하를 고수하는 의견을 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 올라 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이날 마이런 이사와 함께 0.25%p 인하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은행 6연속 동결 전망 높아져 = 연준의 금리 동결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다음 달 26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6연속 동결을 결정할 확률이 높아졌다.

지난 15일 회의에서 금통위는 당시 1500원을 넘보는 높은 원달러 환율을 고려해 금리를 2.50%에서 동결했다. 그러나 지난 28일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1422.5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20일(1419.2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미 금리 격차 측면에서도, 미국이 인하를 멈춘 상태에서 한은만 인하를 단행해 금리 차이를 더 키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을 크게 밑돌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29일 “미 FOMC 정례회의 이후 시장은 대체로 안정적 모습을 보였지만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 후임 연준 의장 지명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미국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미국 관세 정책 불확실성, 주요국 재정 건전성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등 대내외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경계하며 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