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강세지역 행정 통합 ‘속도차’…선거 셈법 작용
경북도의회 통합안 가결, 특별법안 즉각 추진해
부산·경남 2027년 특별법·2028년 통합 구상
지방선거 셈법 작용했나 … 속도차이 배경 거론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포진한 야당 강세지역이 ‘선거용’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당 주도 행정 통합’에 속도 차이를 보였다. 대구·경북이 속도전에 나선 반면 대전·충남과 부산·경남은 신중론과 함께 속도 조절을 선택했다.
29일 전국 시·도에 따르면 경북도의회는 28일 임시회를 열고 대구·경북 행정 통합안을 가결했다. 경북도의원들은 “인구 감소와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경북 통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찬성했다. 도의회 가결에 따라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역 정치권과 함께 조만간 특별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특별법안이 다음 달 국회를 통과하면 6.3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 선출도 가능해진다.
이와 달리 부산·경남은 올해 주민투표와 2027년 특별법 제정, 2028년 행정 통합을 완성한다는 단계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확실한 재정·자치분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수용하면 통합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속도 조절에 무게를 뒀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는 28일 공동 입장문에서 “행정 통합은 지방선거 전략이나 형식적 통합이 아니라 지역이 주도하는 균형발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권한을 과감히 내려놓고 통합 자치단체의 재정·자치 분권을 결단할 때 부산·경남 행정 통합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행정 통합을 추진한 대전·충남은 민주당이 조만간 발의할 특별법안을 보고 추진 속도를 결정할 방침이다. 유보적 입장을 취한 배경은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특별법안을 발의해서다. 민주당 특별법안이 발의되면 기존 법안은 병합돼 처리될 예정이다.
충남도는 이 같은 일정을 고려해 다음 달 4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대전·충남 행정 통합 타운홀 미팅’을 개최한다. 이날 행사는 애초 다음 달 2일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특별법안이 늦어지면서 연기됐다.
민주당 등 정치권은 행정 통합 추진 편차를 지방선거와 연계해 분석했다.
여당 주도 행정 통합은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지역균형발전 핵심 전략이다. 통합한 지역에 4년간 20조원이 넘는 예산과 자치권 확대 등을 주게 된다. 이는 ‘정권 심판론’이라는 국민의힘 지방선거전략을 약화시킬 요인으로 예상됐다. 특히 중도와 부동층 표심 변화를 동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효과는 야당 초강세 지역인 대구·경북보다 접전이 예상되는 부산·경남, 대전·충남 선거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선거 등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뒤섞여 속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지난 대선 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67.22%, 경북은 66.87%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 부산·경남은 대구·경북보다 낮은 51% 정도의 지지를 보냈고, 대전·충남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우세했다. 국민의힘이 여당 주도 행정 통합을 ‘선거용’으로 보는 것도 이런 분석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김민석 총리가 행정 통합과 관련된 지원방안을 발표하자 대변인 논평을 통해 “통합에 찬성한다”면서도 “졸속 통합에는 단호히 반대하며, 정부와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선거용 속도전부터 멈추고 실질적 권한·재정 이양이 담긴 ‘내용 있는 통합’으로 완성도를 증명하라”고 깎아내렸다.
방국진·최세호·곽재우·윤여운 기자 kjb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