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방치’된 국민투표법
헌법불합치 결정 후 개정 입법 안 돼
개헌 위한 필수 절차인데 ‘불능 상태’
개헌을 위한 핵심 절차인 국민투표법이 12년째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이후 개정 입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국회 의결 이후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이 투표 자체를 진행할 수 없는 ‘법적 불능’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4년 7월 헌법재판소는 국내 거소 신고가 된 재외국민에게만 국민투표권을 부여한 국민투표법 조항이 재외국민의 평등권과 투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15년 말까지 법 개정을 요구했지만 국회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6년부터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되면서 국민투표 명부 작성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반대 여론이 거의 없는데도 보완 입법은 하세월이다. 국민투표법 개정이 이토록 지연된 배경에는 여야의 극한 대립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법안 개정 논의는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 속에 지연돼 왔다.
국민투표법 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던 건 2018년 문재인정부 때였다. 당시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라는 목표 아래 논의가 진행됐지만 방송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립과 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 자유한국당의 장외 투쟁으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무산됐다.
2022년 윤석열정부 초기에도 국민투표법 이슈가 부상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단독 처리에 맞서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이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하면서 거론된 것. 하지만 ‘검수완박’ 통과를 막기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 추진을 민주당이 수용할 리 만무했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후 국민투표법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2023년 12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한 차례를 제외하면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현재 22대 국회에도 김영배·김용민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입법 속도는 여전히 거북이걸음이다. 2025년 11월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도 공청회 일정 논의만 오갔을 뿐 법안 심사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달 7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국민투표법 개정 간담회가 열렸지만 이 자리에 행안위 야당 간사는 불참했다. 여당의 계속되는 입법 독주와 야당의 필리버스터 강경 대응 등으로 거대 양당 사이에 냉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개헌의 관문인 국민투표법 개정은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우 의장은 28일 열린 시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시민개헌넷)와의 간담회에서 “올해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먼저 국민투표법이 개정돼야 한다”면서 “국민투표법 미개정으로 개헌 논의조차 할 수 없게 된다면 국회가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께 기본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신속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