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주권 확보하라…인프라 경쟁

2026-01-30 13:00:03 게재

우크라이나 전쟁이 준 교훈 … 각국 정부 투자로 위성 시장 급성장

아스트라니스의 통신위성 유틸리티샛(UtilitySat). 출처: 아스트라니스
국제 질서가 다극화·파편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위성을 직접 보유하거나 민간 위성에 대한 독점 접근권을 사들이고 있다. 분쟁과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통신, 데이터, 정보 접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2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해 9월 연설에서 2030년까지 위성 등을 포함한 우주 프로젝트에 350억유로(약 4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당시 “위성 네트워크는 우리 일상 뒤에서 작동하는 숨은 손”이라며 “우리는 모두 궤도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만의 대기업 엠비 그룹은 27일 샌프란시스코 위성기업 아스트라니스와 억달러대 규모의 인터넷 위성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자국 디지털 인프라를 주권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대만의 통신사 중화전신도 지난해 아스트라니스로부터 같은 설계의 위성을 도입했다. 정부가 일부 지분을 보유한 중화전신은, 지구 상공 2만2000마일(약 3만5400km) 이상 궤도에서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 소형 위성 개발사 아스트라니스의 설계를 사들였다. 이 궤도에서는 위성 한 기만으로도 특정 지역을 손쉽게 집중 커버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대만은 인터넷 접속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WSJ는 중국 국적 선박이 대만을 잇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절단한 사례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스트라니스의 존 게드마크 CEO는 “국가들은 자신들이 통제하는 전용 인프라를 원한다”며 “세계는 몇 년 전보다 더 복잡하고 위험해졌다”고 말했다.

자체 위성 인프라 구축 경쟁은 각국의 국방비 증액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위성의 전략적 중요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재확인됐다.

약 1년 전 미 국방부 산하 국가지리공간정보국(NGA)은 백악관과 우크라이나 사이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우크라이나와의 위성 영상 공유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적이 있다. 이후 공유는 재개됐지만, 이 일시 중단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다른 국가 지도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기간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에 의존해 통신을 유지했지만, 일론 머스크가 시스템 사용 범위를 제한하면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민간 기업 의존의 위험성이 드러난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 의존이 커지자, 유럽연합(EU)은 ‘IRIS2’라는 290기 규모의 위성통신망을 추진하고 있다. 2024년 12월 구축·운영 계약을 체결했고, 2029년부터 EU 정부·군·공공기관에 암호화 통신을 제공하는 동시에 유럽 내 인터넷 사각지대에도 광대역 연결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각국의 우주 관련 지출 증가는 위성 기업들에게는 기회다.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은 지난주 정부와 기업 고객을 겨냥한 새로운 위성 인터넷망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지구 관측 전문기업 플래닛 랩스(티커 PL)는 올해 일본, 독일, 스웨덴과 잇달아 국가 안보 중심의 계약을 체결했다.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24년 텔레샛에 16억달러를 대출했고, 영국·프랑스 정부는 유텔샛에 자금을 지원했다.

유럽우주정책연구소의 헤르만 루트비히 뫼러 소장은 “동맹국과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정학적 복잡성을 대비해 자국 자원을 갖추는 것도 현명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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