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 했더니…지방으로 돈 모였다
92% 비수도권으로 기부
“5조원 성장 잠재력 확인”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3년 차를 맞아 ‘지방으로 돈이 흐르는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모금액은 1515억원을 넘어섰고, 전체 기부금의 92% 이상이 비수도권으로 유입됐다. 수도권 거주자의 기부 역시 대부분 비수도권으로 향하면서 제도가 지방재정 격차 완화의 실질적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의 성장세를 ‘질적 도약’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제도 전반의 규제 완화와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29일 2025년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모금액은 1515억3000만원, 모금 건수는 139만2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23년(651억원, 52만6000건)과 비교하면 모금액은 132.9%, 모금 건수는 164.5% 증가했다. 행안부는 “지난 3년간 예외 없이 모든 지역에서 모금액과 모금 건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돈, 지방으로 이동 = 지역 간 기부 흐름을 보면 고향사랑기부제가 ‘비수도권 재정 유입 통로’로 기능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지난해 비수도권 기부금은 1397억원으로 전체의 92.2%를 차지했다. 수도권 거주자가 낸 기부금 795억원 가운데서도 699억8000만원(88.1%)이 광주·전남·경북 등 비수도권 지방정부로 흘러들어갔다.
권역별로는 전남과 경북이 매년 상위권을 유지했고, 지난해에는 전남 239억7000만원, 경북 217억4000만원, 광주 197억6000만원 순으로 모금액이 많았다. 최근 3년간 모금액 증가율은 광주 1203.6%, 대전 808%, 제주 480.8%로 나타나 일부 광역시·도가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효과도 확인됐다. 인구감소지역 89곳의 평균 모금액은 7억6000만원으로, 비인구감소지역 평균(4억5000만원)의 1.7배 수준이다. 주민 수 대비 모금액을 보면 비수도권은 1인당 평균 5165원으로 수도권(432원)의 약 12배에 달했다.
◆확장 위한 구조 개편 필요성 커져 = 전문가들은 현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제도 확장을 위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단기간에 자금을 지방으로 이동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면서도 “지금 단계에서는 단순한 모금 확대를 넘어 제도가 지역경제 생태계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기부금 대부분이 ‘10만원 이하 전액 세액공제 구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짚으며 “세액공제가 사실상 참여의 핵심 동기인 만큼 제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세액공제 한도 상향과 법인기부 허용 같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고향납세 시장이 12조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도 최소 5조원까지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도 제도 고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현 국회의원은 “1515억원 달성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일회성 제도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제는 기부 절차 간소화와 법인기부 도입 등 국민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또 “기부금이 단순한 재정 보전 수단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복지·돌봄·재난 대응 등 실제 문제 해결로 이어지도록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답례품 경쟁’ 넘어 지역 비즈니스로 = 고향사랑기부제의 다음 단계로는 답례품을 매개로 한 지역 비즈니스 육성이 거론된다. 현재 답례품 판매의 절반 이상은 농축수산물이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품목이 모금을 견인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방정부가 단순 행정 주체를 넘어 지역 소상공인을 기획·지원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행안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법인기부 허용, 민간플랫폼 확대, 답례품 품질관리 강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국민이 보내준 1515억원의 기부금이 지역 주민의 삶을 바꾸는 마중물이 되도록 투명한 집행과 제도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으로 흐르는 돈’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한 만큼 올해는 모금 규모 확대와 함께 제도의 질적 도약이 가능한지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규제 완화와 참여 확대, 그리고 지역경제와의 실질적 연결 여부가 고향사랑기부제의 다음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