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시장에 ‘금융회사 진입 허용’ 가능성 커져

2026-02-02 13:00:01 게재

금융위원장 “공공 인프라 성격” 강조

금감원장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 언급

스테이블코인 허용 가닥, 금가분리 완화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에 금융회사의 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다. 가상자산 2단계 법안(디지털자산기본법)을 준비 중인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기 위해 금가분리(금융업과 가상자산업 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방침을 정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금융회사들의 진입 금지 장벽이 점차 무너질 전망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은 은행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사실상 확정했으며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율을 ‘15~20%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가상자산 생태계 전반을 규율하는 종합·통합법을 만드는 것이어서 가상자산거래소의 위상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효기간이 3년인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지만 인가제를 도입해 명실상부한 ‘진짜 거래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영구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거래소가 되는 만큼 책임에 걸맞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소유 지분 규제가 하나의 방안으로 마련된다.

이 위원장은 “공적 인프라로서의 성격이 굉장히 강하다”며 “너무 특정주주의 지배력으로 집중되거나 이게 행사가 되면 거래소라는 게 이해상충의 문제들도 당연히 발생하는 그런 구조”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공공성과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기존 금융회사들이 시스템을 더 잘 갖추고 있는 만큼 진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첫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의 경우 이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가상자산으로 형태만 수정할 경우 큰 준비 없이 얼마든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내부적으로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의 경쟁체제와 관련해 “기존 금융회사들도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용자 편익을 제공하고 안정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2017년 12월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신규 투자가 투기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금지한다’는 내용의 금가분리 원칙을 밝혔고 그 기조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제도권 금융회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두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은 현재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 체제다. 업비트의 시장점유율이 한때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최근 2위 업체인 빗썸의 맹추격에 70% 아래로 하락했다.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업비트 68.87%, 빗썸 28.26%)은 97%가 넘는다. 다른 원화마켓 거래소 3곳의 시장점유율은 코인원(2.24%), 코빗(0.51%), 고팍스(0.12%)를 합하면 3% 미만이다. 업비트는 2019년에 이어 지난해 11월에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했으며 빗썸도 여러 차례 해킹 공격을 받아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에서 두 업체의 양강체제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미래에셋도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낸스는 2023년 고팍스 운용사 스트리미의 지분 67.4%를 인수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임원 변경 신고 수리를 해주지 않아 본격 진출에 제동이 걸린 상태였고, 지난해 10월 신고 수리가 마무리되면서 고팍스 인수를 완료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비금융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인 코빗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금가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 계열사를 앞세웠다.

미래에셋은 코빗 대부분인 엔엑스씨, 2대 주주인 SK플래닛의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두 회사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 코빗 지분 92.06%를 확보하게 된다. 금가분리 원칙을 우회하는 편법일 수 있지만,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승인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조만간 확정하고 설연휴 이전에 발의하기로 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의 법정자본금을 최소 50억원 수준으로 설계하는 방안 등 큰 틀의 쟁점은 정리가 됐으며 세부 사항을 놓고 정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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