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심 광물 17조5000억원 비축 나선다
민간제조업 포괄한 전략 비축
중국 광물 지배력 흔들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핵심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120억달러(약17조5000억원) 규모의 전략 비축 사업을 출범시킨다. 국방 목적에 한정됐던 기존 비축 체계를 민간 제조업까지 확대해 공급망 충격에 대비하겠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 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로 명명된 핵심 광물 비축 사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희토류를 비롯해 전기차, 항공우주, 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을 대량 매입해 비축하는 민간용 전략 비축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총 사업 규모는 120억달러(약17조5000억원)다. 이 가운데 100억달러(약14조6000억원)는 미국 수출입은행(EXIM)이 제공하는 15년 만기 대출로 조달된다. 이는 수출입은행 역사상 최대 규모 금융 지원이다. 나머지 16억7000만달러(약2조4000억원)는 민간 자금으로 충당된다. 비축 사업은 독립적인 최고경영자가 이끌며, 수출입은행은 이사회에 참여한다.
비축 대상에는 아이폰과 전기차 배터리, 항공기 엔진,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희토류와 갈륨, 코발트, 구리, 리튬 등이 포함된다. 블룸버그는 이 사업이 기존 전략비축유와 유사한 구조를 갖지만, 원유 대신 산업용 광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시도라고 전했다.
이 같은 계획이 전해지자 미국 희토류 관련 기업 주가도 장 시작 전 거래에서 일제히 뛰었다. USA Rare Earth(USAR), Critical Metals Corp.(CRML), United States Antimony Corp.(UAMY), NioCorp Developments(NB) 등이 상승했다.
이미 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 보잉, 코닝, GE버노바, 알파벳의 구글 등 10여개 이상의 제조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 기업은 일정 수수료를 내고 비축 광물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며, 공급망 위기 시에는 비축 물량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광물 조달은 하트리파트너스, 트랙시스, 메르쿠리아에너지그룹 등 3개 원자재 중개 회사가 맡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로젝트 볼트가 시장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장치로 설계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참여 기업들은 특정 가격에 일정 물량을 장래에 재구매하겠다는 약정을 맺게 되는데, 미 행정부는 이 구조가 가격 급등락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축량은 약 60일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정책의 배경에는 중국의 압도적인 공급망 지배력이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다수의 핵심 광물에서 채굴뿐 아니라 정제와 가공 단계까지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희토류를 포함한 일부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며 해당 부문의 ‘무기화’를 강화했고, 이로 인해 미국과 서방 제조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겪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프로젝트 볼트가 단기간에 중국 의존을 해소하는 결정적 해법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공급 충격을 완화하고 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미국이 이미 국방 목적의 광물 비축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민간 제조업을 포괄하는 비축 체계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