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내시경 수술 로봇 기업
세계 최초 AI 탑재 유연 로봇, 체내 진입 수술 ‘각광’
로엔서지컬 자메닉스, 호흡 따라 움직이는 신장결석 정확히 파쇄·제거 … 부작용 최소화, 치료 효과-의료진 편의 극대화
인구고령화로 수술을 해야 하는 질환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피부를 가르고 수술하는 방식에서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확대되면서 수술기법이 진일보했다. 여기에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다시 AI 기능을 탑재한 로봇수술이 등장함에 따라 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이고 의료진에겐 진료 편의를 더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로엔서지컬이 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로엔서지컬은 의료용 로봇 수술 플랫폼을 핵심으로 하는 스타트업 의료기기 기업이다. 특히 AI 기반의 ‘신장결석 수술로봇’ 자메닉스(Zamenix)을 처음 선보이면서 관련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메닉스는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혁신의료기술과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지난달 29일 서울 금천구 서울지사(본사 카이스트 진리관 내)에서 권동수 대표에게 ‘신장결석 수술로봇’을 중심으로 로엔서지컬의 연구개발 현황을 물었다. 권 대표는 1996년 세계 최고의 핵시설인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서 고난도 핵폐기물 처리 원격조정 로봇 개발에 참여했고 이후 국내 카이스트 교수로 활동해 오다가 2018년 2월 카이스트 TCL연구실의 집약된 기술력을 결집해 로엔서지컬을 창업했다.
세계적으로 수술로봇이 각광 받고 있다. 피부를 자르지 않고 인체 구멍을 통해 체내에 진입을 해 다양한 수술을 할 수도 있다. 특히 로엔서지컬이 개발한 ‘신장결석 수술 로봇’ 자메닉스는 환자의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결석을 레이저로 깨고 몸 밖으로 빼내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대비 수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와 의료진의 편의성은 극대화할 수 있다.
로엔서지컬 권동수 대표는 “세계 최초로 AI 기능을 탑재한 신장결석 수술 로봇을 개발했다”며 “국내외 상용화를 추진하면서 2028년 2030년 계속 수술용 로봇을 만들어 내 의료분야에서 안전하고 치료 효과와 의료진 편의를 더 높이는 혁신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밀한 로봇 수술, 세계 최고 기술 = 권 대표에 따르면 자메닉스는 로봇 요관내시경 수술의 정점이다. 자메닉스는 ‘유연 요관내시경’ 수술을 위한 세계 최초의 AI 기반 완전 로봇 플랫폼이다.
자메닉스는 로봇 RIRS(역행성 신장내 수술)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로봇 RIRS는 요관을 통해 신장 내부로 접근해 결석을 제거하는 RIRS에 로봇 기술과 AI 보조 기능을 결합한 차세대 비뇨의학 수술 방식이다. 기존 의사가 손으로 조작하는 내시경 수술을 로봇으로 정밀하게 수행한다는 게 차이다.
기존 신장 내시경 수술은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요도를 통해 요관·신장 내부로 내시경을 삽입해 레이저로 결석을 분쇄·제거하는 최소 침습 수술이다. 하지만 중소형 신장결석(통상 5~20mm)에 적합하다. 의사의 미세한 손 떨림, 장시간 수술로 인한 의료진 피로, 환자 호흡에 따라 신장의 움직임으로 정밀도가 떨어졌고 의사 숙련도에 의존성이 컸다.
로봇 내시경 수술은 유연 요관내시경의 삽입·조작·위치 유지·레이저 접근을 로봇이 수행하고 의사는 원격·정밀 제어한다. 손으로 하는 내시경 수술에서 로봇 팔과 AI가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내시경 수술로 변한 것이다.
자메닉스는 로봇 구동 시스템으로 요관내시경을 미세 단위로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손 떨림이 제거된다. 환자의 호흡에 따른 신장 움직임을 실시간 보정해 결석과 레이저 초점을 지속적으로 일치한다.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는 결석 외 다른 신장 부위를 손상시킬 수 있다. 결석 제거 시 결석 크기 가이드는 요관 손상 없이 결석을 제거할 수 있도록 결석의 크기를 알려주고 경로 기억은 수술 위치를 기억해 빠르고 정확하게 기존 위치로 재진입을 돕는다.
로엔서지컬은 다기관-전향적-단일군 핵심 임상시험으로 5~30mm 크기의 결석을 1개 이상 가진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로봇 내시경 수술시험을 시행했다.
평균 최대 결석 크기는 13.7 mm (범위 5~19 mm)였으며 결석 제거 성공률은 93.5% (43/46), 경증 합병증 발생률은 6.5% (3/46)로 나타났다. 결석 제거 성공은 잔존 결석이 없거나 수술 1개월 후 CT에서 4mm 미만의 결석 파편만 존재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로봇 RIRS, 결석 분쇄 시간과 점막 접촉 감소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를 보면 점막 접촉 66% 감소했으며 결석 분쇄 시간은 35% 감소했다.
또한 2cm가 넘는 큰 결석이나 복잡도가 높은 고난도 증례에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결석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자메닉스는 △고령화로 요로 및 신장 결석 환자 증가 △정밀·안전 수술에 대한 요구 △비뇨기과 로봇 수술의 확장 흐름과 맞물려 신장결석 치료의 차세대 표준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AI 정밀 제어 기술과 인체 친화적 로봇 = 이러한 자메닉스를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로엔서지컬에 모인 카이스트 인재들과 많은 전문 인력의 연구와 노력이 덕분이었다.
로엔서지컬을 이끌어 온 권 대표는 미국에서 돌아와 카이스트 교수가 된 이후 처음에는 원전 핵폐기물 처리하는 로봇개발을 생각했지만 원격조정기술을 의료에 적용하자고 생각해 의료용 로봇 개발에 힘을 쏟았다. 많은 학생들을 배출했다. 애플의 혁신도 작은 창고에서 시작했다며 삼성전자, LG전자에 취업하는 것보다 창업을 하라고 독려했다. 엔지니어는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자메닉스는 AI 기반 정밀 제어 기술과 인체 친화적 로봇으로 설계됐다.
권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시간이 단축되고 무절개 수술로 조직 손상이 줄어 회복이 빠르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방사선 노출과 신체적 피로도가 현저히 감소한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높아 질 것이니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메닉스는 단순한 자동화 장비가 아니라 수술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고 수술시스템을 크게 개선한 플랫폼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 이어 올해 태국, 내년 미국 진출 예정 = 자메닉스는 이미 인도네시아 의료시장에 진출했다. 동남아 시장의 첫 진출지로 인도네시아를 공략한 이유는 인구 약 2억860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시장 규모와 연 5%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는 경제 성장률, 비교적 신속한 의료기기 인허가 절차 등 시장 진입에 유리한 환경이 작용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 식약처의 허가가 진출 시간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수출에 앞서 아시아 비뇨의학회 등 인도네시아 주요 비뇨기과 학회 활동과 현지 의료진과 협업, 사용자 교육을 통해 인도네시아 내 자메닉스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왔다. 현지 의료진을 통해 총 23건의 데모 임상을 진행해 중대한 합병증 없이 수술 정확성, 조작 편의성, 환자 안전성에서 의료진들의 높은 만족도를 도출했다.
권 대표는 “태국에서도 허가를 받아 올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미국 FDA 허가 절차에 돌입해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으며 중동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어 회사 제품을 소개하고 중동시장에 진출하는 걸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발전에 뒤진 제도, 개선 서둘러야 =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기술 수준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개발 이후의 단계인 임상·인허가·시장 진입·확산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가 약하다.
로엔서지컬은 창업 초기부터 연구 중심 기업이 아니라 처음부터 상용화를 전제로 설계된 기업을 지향해 왔다. 임상의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실제 수술 환경에서 반복 검증하며 해외 시장까지 염두에 둔 전략을 병행한 것이 지금의 성과로 이어졌다.
자메닉스는 지난해 혁신의료기술임상에 진입했고 현재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총 13대를 시장에 공급했고 380여 건의 누적 수술 건수를 달성했다.
인체 안에서 작동하는 수술로봇 장비가 창업 불과 6년 만에 시장에 진입하고 실제 판매와 누적 수술 건수를 달성한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례적이다. 특히 올해 혁신의료기술 임상연구가 종료되면 병원에서 본격적인 수술이 가능해지고 도입하는 병원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
권 대표는 “의료기기 개발 업체들의 가장 크게 느끼는 장벽은 첨단 의료기기에 대한 제도와 기술 발전 속도의 격차”라고 말했다. AI 수술로봇은 기존 의료기기 분류 체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심사·보험·도입 구조는 여전히 전통적인 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초기부터 규제기관과 소통, 임상 데이터 중심의 검증, 단계적 시장 진입 전략을 병행했다. 혁신기술에 대해 정부가 시장 진입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그 혜택을 보며 성장해왔다.
하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현실은 전세계적으로 기술 발전 속도는 너무 빠른데 이를 시장에 진입시키는 인허가 속도는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권 대표는 “안정성이 입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시장에 보다 빠르게 진입해 기술을 ‘검증하며 쓰게 하는’ 선진입 후평가 정책의 속도를 좀 더 보완이 하길 희망”했다.
최근 복지부와 식약처는 혁신의료기기의 허가 후 시장 진입을 80일 만에 가능하게 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기업 현장에서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당국의 신속하고 분명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술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길 여는 회사 = 권 대표는 앞으로 특정 수술에 최적화된 로봇들이 의료 현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엔서지컬은 중장기적으로는 △자메닉스의 수출 확대 △AI 수술 데이터 플랫폼 고도화 △비뇨기과를 넘어 심혈관 폐 자궁 위-대장 등 적응증 수술 포트폴리오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을 펼치기 위한 인재를 추가 확보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AI와 융합한 수술로봇 기술이 전 세계 병원의 수술 표준을 높이고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권 대표는 “로엔이 단순히 의료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닌 미래 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개척자로 남고 싶다”며 “구성원들에게 의미있는 삶의 길을 열어 주는 기업, 인류 의료에 영향을 남기는 기업이 되고 싶고 다음 세대를 이끌 리더를 키우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자부한다. 세상에 없던 물건을 만들었고 제일 좋고 앞선 물건을 만들어 냈다는 기술의 유산을 남겼다고. 그리고 기술을 넘어 사람, 미래 세대에게 길을 여는 조직 문화를 희망했다. 로엔서지컬 서울사무소의 대표실 벽장에는 기술 자료 대신 제자들의 결혼식 사진으로 가득했다. 그에게 로엔서지컬은 세상을 바꿀 기술을 만들고 그 기술을 이어갈 사람을 키워내는 미래의 인큐베이터였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