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배구조 특별점검 ‘형식적 이행’ 다수 적발…이르면 내주 발표

2026-02-03 13:00:28 게재

8대 은행지주 대체로 비슷한 문제점 드러나

회장 선임 절차·형식 갖췄지만 실효성 미흡

금융감독원이 8대 은행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다수 사례를 적발했다. 금감원은 점검결과를 이르면 내주 발표할 예정이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농협금융지주·iM금융지주·BNK금융지주·JB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실제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주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찬우 농협금융지주 회장, 황병우 iM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추가 점검이나 검사로 전환된 경우 없이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주 내에 결과를 정리하고 발표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점검 결과,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형식적으로 이행한 사례들이 8대 은행지주에서 대체로 비슷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명시된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형식적으로 모두 이행하기는 했지만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후보 등록과 관련해 충분한 시간을 줘야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는 기간이 짧아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가 있거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의사록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등 실제 규정 이행의 효과가 없는 사례들이 드러났다.

금감원에서는 지배구조 모범관행 운영 현황을 살펴본 결과 내용적으로는 사실상 규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점검 결과가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은 은행지주사의 내규로 시행되는 만큼, 내규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가 아닌 지도나 경영유의 등 개선을 위한 후속조치로 진행된다.

8대 은행지주에 대한 특별점검 결과와 별개로 BNK금융 검사결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관련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질타한 이후 BNK금융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 지난달 말까지 검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3월 BNK금융을 상대로 정기검사를 실시한 이후 9개월 만에 또다시 검사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과 관련한 BNK금융의 문제점이 다른 은행지주보다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하고 있어서, 발표 내용에 담길 대표 사례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BNK금융 검사에서 임원들의 부당대출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여신 운용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이번 검사에서 드러난 여신 관련 문제점은 지난해 정기검사 결과와 합쳐서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 점검결과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지배구조 선진화TF 논의에 적극 반영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CEO 선임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 제고 등 금융권 지배구조 제도개선 방안을 3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CEO 연임시 ‘주주에 의한 통제 강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주총에서 특별 결의를 받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는 일반 결의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과 주식 총수 1/4 이상 출석 요건을 갖추면 된다. 특별 결의로 바뀔 경우 주식 총수의 1/3이 출석하고, 이 중 2/3 이상이 찬성해야한다.

연임과 임기 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회장이 계열 금융회사에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 비해 책임이 거의 없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금융지주회장들은 모두 은행장 당시 발생한 사안으로 문제가 됐다.

다만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으로는 금융지주회장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묻는 게 어렵다는 점에서 사외이사를 통한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다소 중립적인 인사들로만 구성돼도 지주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선진화TF는 현재 모범관행으로 돼 있는 조항들을 법규화해서 금융회사들의 책임을 강화할 예정이다. 규정 위반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어서 이행 부담이 커지게 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배구조 개선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철저한 실태점검을 토대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엄정하게 점검·평가하고 개선과제를 신속하게 제도화·법규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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