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정원오 ‘태릉’ 이어 ‘삼표’ 공방?

2026-02-03 13:00:26 게재

오, 성동구 숙원사업 삼표 부지 방문

성수동 부상·집값 상승 등 공방 예상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격돌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과거 자신들이 벌인 사업을 두고 성과 다툼을 벌일 태세다.

3일 오 시장은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삼표 레미콘 부지를 방문했다. 해당 부지는 개발을 위한 사전협상과 지구단위계획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추진을 앞두고 있다. 토양오염 정화 작업 상황을 보고받고 향후 동북권 미래업무거점으로 탈바꿈할 삼표 부지 개발사업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현장을 찾아갔다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하지만 오 시장의 삼표 부지 방문은 두 단체장의 성과 경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알리는 서막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종묘와 태릉골프장 개발을 두고 한차례 충돌했던 양측이 이번엔 그동안 쌓은 사업 성과를 놓고 공격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과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2022년 3월 삼표 레미콘 공장 철거 착공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삼표레미콘 공장 철거는 정 구청장이 ‘핫플레이스 성수동’ 못지 않게 강조하는 굵직한 사업 성과다. 급상승하는 성수동 발전을 견인할 마지막 퍼즐로 여겨졌으며 오랜 노력 끝에 지난 2022년 철거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 땅에 대해서는 서울시도 할 말이 많다.

시에 따르면 삼표 부지 개발 역사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설계한 장기프로젝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성수동 1가 일대에 아시아의 센트럴파크를 만들겠다며 서울숲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전 시장은 공원을 완성하려면 부지 내 삼표 레미콘 공장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추진에 나섰다.

이후 서울시와 성동구는 20여년간 삼표산업 및 현대제철과 긴 협상을 이어왔고 오 시장이 다시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뒤 사전협상제도를 활용해 철거 및 이전에 속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종상향과 용적률 완화 등 시장의 권한이 적극 행사되기도 했다. 오 시장의 이날 삼표 부지 방문도 이 사업의 주도권과 성과 달성 공로가 서울시에 있음을 강조하려는 일종의 ‘도장 찍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성동구는 서울시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모두 서울시와 오 시장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각종 인·허가권은 물론 개발계획 수립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성동구 노력이 없었다면 원활한 사업 추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구 관계자는 “2017년 4자 협약과 2022년 철거 완료 과정에서 협의 주체 역할을 분명히 했을 뿐 아니라 삐걱대던 논의의 중심을 잡고 버티던 삼표를 설득해 이전을 마무리 지은 공로는 성동구의 몫”이라고 말했다.

◆과거보다 미래 두고 경쟁해야 = 다수의 서울시·자치구 관계자들은 시와 구 사이 성과 경쟁은 해묵은 논쟁거리라고 말한다. 양측 협의와 공동 노력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들이 다수인데 이 과정에서 어느 쪽에 공이 많은지를 선명하게 가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성수동이 현재와 같은 핫플레이스로 변모한 공로도 서로 따지고 들 수 있는 대목이다. 시는 인근 한강변과 서울숲 등 성수동의 오늘을 있게 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성동구는 붉은 벽돌 건축, 임대료 인상 제한 등으로 특색있는 도시계획과 정주여건 개선에 공이 있다. 각종 도시개발 사업에는 구 예산은 물론 시 재정도 투입된다. 누구의 공이 더 크다고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거의 성과 다툼이 아닌 미래 정책 대결로 양측의 경쟁이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기초와 광역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만약 두 사람 대결이 성사된다면 서울시장 선거 최초로 지자체장 출신 간 대결이 된다”면서 “낡고 이념에 찌든 정치판과 달리 정책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지나간 일이 아닌 서울의 미래, 서울시민의 내일을 두고 치열한 정책 대결을 벌이는 것이 높아진 시민의식과 시민들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