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속 권한이양 범위 어떻게 설계됐나

2026-02-04 13:00:01 게재

대전·충남 민주당 법안이 기본 골격

나머지 4개 법안과 차이 ‘핵심 쟁점’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5건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시·도 통합 논의가 본격적인 ‘설계의 시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법안 공개 이후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는 찬반과 이해득실을 앞세운 논쟁이 먼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기획연재를 통해 정당 간 대립이나 속도 경쟁이 아닌, 법안 조항에 담긴 행정·재정·자치 구조의 차이를 중심으로 행정통합 이후의 지방자치 제도와 실제 주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5건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시·도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권한이양과 재정·산업 특례가 구체화되자 그동안 찬반 논쟁에 갇혀 있던 통합 논의가 실질적인 제도 설계 단계로 넘어갔다. 설 연휴 전 국회 통과가 점쳐질 만큼 속도전이다.

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5개 특별법안은 모두 ‘통합’을 표방하지만 핵심을 이루는 권한이양 설계에서는 접근 방식이 갈린다. 통합 이후 어떤 사무를 통합 단체가 직접 수행할 것인지, 중앙정부와의 관계를 어디까지 재설정할 것인지를 두고 법안마다 차이를 보인다.

광역자치단체 통합 관련 시도지사 연석회의 유정복 인천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지사 등이 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광역자치단체 통합 관련 시도지사 연석회의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논의할 통합 법안의 하향 기준선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구·경북안을 먼저 마련한 뒤 광주·전남안에서 특례를 확장했고, 이후 정부 협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조정을 거쳐 대전·충남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실제 정부도 이 법률안을 기준으로 관련 부처의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때문에 대전·충남안은 정부 수용 가능성을 전제로 정제된 기준선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제출된 나머지 4개 법안이 이 기준선을 넘어서는 지점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 드러내 = 민주당 대전·충남안은 권한이양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설계를 택했다. 기존 행정의 안정적 승계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관급 부시장 4인을 두도록 했다. 행정기구의 설치·운영에 관한 기준은 서울시에 적용되는 관련 법령을 준용해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법안 75조에는 개발사업 시행 승인과 각종 인·허가 권한을 통합 시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투자진흥지구 지정 권한도 통합 시장에게 준다.

특별행정기관 이관에 관한 사안도 담았다. 이 법안 제23조는 “특별행정기관의 소관 사무를 통합 단체에 이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양 대상과 범위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권한이양의 원칙은 법률에 두되,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 단계에서 조정하도록 한 구조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 대해 행정통합 주체들이 모두 만족해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대전시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단순한 행정구역 결합이나 물리적 통합에는 반대한다”며 민주당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무엇보다 ‘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을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으로 바꾼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는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의 주장만은 아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대구·경북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안도 대전·충남안보다는 적극적인 권한이양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구·경북안의 경우 제20조에서는 환경·산업·노동 등 일부 국가 사무의 통합 단체 이관을 명시하고, 관련 중앙행정기관의 협조 의무를 규정했다.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으로 남겨둔 대전·충남안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다.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안 역시 제16조에서 특행기관 이관 사안을 의무 규정으로 담았다.

◆국민의힘안과 타협 여부가 성패 = 국민의힘이 발의한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안은 또 다른 결을 보인다. 대전·충남안(제16조, 제17조)은 환경·중소기업·고용·노동·보훈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는 특행기관에 대한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을 우선적으로 이관하도록 했다. 이관 분야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식으로 강제성을 더한 것이다. 대구·경북안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다른 특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전시는 “(국민의힘안과 비교해) 절반이 넘는 특례 136개가 자치권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다섯개 법안은 모두 권한이양을 전제로 하지만, 어디까지를 법률에 명시하고 어디부터를 협의로 남길 것인지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정부 협의를 거쳐 정제된 대전·충남 민주당안을 기준으로 보면 나머지 법안들이 담고 있는 추가적 권한이양 조항들은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법안 심사 과정을 ‘행정통합의 첫 관문’이라고 보고 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법안 논의는 행정통합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며 “개별 조항의 득실보다 전체 구조와 철학을 먼저 점검해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신일 최세호 윤여운 홍범택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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