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상법으로 달라질 주주총회…실질 이행 여부 관건

2026-02-04 13:00:14 게재

이사 충실의무, 주주로 확대…이사회 독립성 강화

거버넌스 개편 분기점 … 뜨거운 주총 전개 전망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은 2025년 공표된 1· 2차 상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실질 이행 여부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을 바탕으로 기업 지배구조 재편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 변화에 대응하려는 기업(지배주주) 측과 일반 주주 간 표 대결이 본격화하며 어느 때보다 뜨거운 주총 전개가 예상된다.

◆정관 변경 안건 비중 증가 =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서는 정관 변경 안건의 비중이 예년 대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개정된 상법 규정은 이사회 구성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와 기업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관 변경 안건을 분석할 때 형식적인 정관 정비뿐 아니라 개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이사회 구성과 운영을 개선하려는 내용이 일관되게 반영되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거버넌스포럼 세미나 ‘개정 상법으로 달라질 주주총회, 기업의 우회 전략 vs 일반 주주의 대응 전략’에서 “2026년 정기주총 결과가 회사별로 향후 일반 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가늠케 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정관 변경과 이사(특히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의 건 안건을 둘러싼 주주제안과 표 대결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또한 올해 정기주총 시즌은 개정 상법을 반영하기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이 다수 상정될 것으로 예상하며 집중투표 배제 조항 삭제,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칭 변경 및 선임 비율 상향,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 등 이사회 구성 및 운영과 직결된 조항을 주요 검토 대상으로 지목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러한 정관 변경이 형식적 문구 정비에 그치지 않고, 이사회 독립성과 감독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사회 중심 경영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개별 이사의 적격성 여부를 넘어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구성돼 실질적인 감시·견제 기능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한층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 이하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을 골자로 한 1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7월 23일부터 시행된다.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담은 2차 상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으며, 관련 규정은 9월 10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다양한 주총 의안 전개 예상 = 개정 상법 시행 전 주총에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은 현재 대형로펌과 컨설팅펌의 도움을 받아 개정 상법이 발효되기 전에 이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의안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 룰을 우회하기 위해 주가수익스와프(PRS)·총수익스와프(TRS), 펀드, 우리사주조합, 지분 양도, 주식 대차 등을 활용해 우호 지분의 의결권을 분산하는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또 집중투표제 우회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대표적 수단으로 시차임기제 도입, 선임할 이사의 수를 제한하는 선결 안건 상정 등,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응 전략으로는 올해 주총에서 미리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방안 등이 회자되는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앞두고는 법 개정 이전에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통해 정관 규정을 변경하는 방식이 거론됐다. 임직원 보상과 연계해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남우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일반주주가 지배주주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라며 “하지만 기업들이 이렇게 꼼수 전략을 쓰게 되면 막상 법안이 발효가 돼도 실효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 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중요 = 전문가들은 제도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일반 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현주 변호사는 “올해 정기주총은 개정 상법이 시장에 안착하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일반 주주들은 기업의 안건이 상법의 개정 취지와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이사회 정원 축소나 임기 차등화, 집중투표 시행 여부, 감사위원회 정원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이다.

심혜섭 변호사는 임원 보수 한도 승인 결의 관련한 주주권 행사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성장하면 그 성과가 이익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자산을 거쳐 주주에게 환원되는 것이 자본의 순환 원리”라며 “이를 위해 주주가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주주충실 의무 원칙이 구현되도록 입법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사회가 합리적인 보수 기준을 수립하고 주주와 투명하게 소통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보수 산정 기준의 명확성 등이 주주총회에서 주요 점검 요소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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