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자 없는 중소제조기업, ‘직원 인수’도 길이다

2026-02-04 13:00:26 게재

CEO 평균 나이 57.8세, 60세 이상이 44.8% 차지

후계자 부재로 추정되는 제조중소기업 5만6303개

“직원 인수는 고용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결”

중소제조기업 경영자의 평균 나이는 57.8세다. 중소제조기업 CEO 2명중 1명 가량이 60세 이상이다. 한국이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했듯 중소제조기업 경영자도 고령화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기업승계가 중소기업의 구조적 문제인 이유다. 승계실패는 단지 한 기업의 폐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단절된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지역경제와 산업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승계논의는 직계가족 상속과 상속에 따른 세제헤택에만 매몰돼 왔다. ‘가업승계=부의 승계’라는 공식이 확산된 배경이다. 특히 ‘가업승계’ ‘기술승계’ ‘기업승계’로 명칭조차 달리 사용됐다. 승계의 목적이 불명확했던 탓이다.

최근에 명칭은 기업승계로 일원화되는 모양새다. 승계 대상도 직계가족 중심에서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제3자 인수로 확대됐다. 승계의 목적을 ‘기업의 지속가능성’으로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후계자 찾기 어렵다 =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는 구조적 문제다. 중소기업 실태조사(2024년 기준)에 따르면 중소제조기업 경영자의 평균 나이는 57.8세다. 10년전(2015년)에는 47.6세였다. 1년마다 1년씩 늙어간 셈이다. 2024년 60세 이상 비중은 전체의 44.8%에 이른다. 2013년 15.9%의 3배 가까이 늘었다. 기업승계가 조기에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후계자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후계자 부재로 추정되는 제조중소기업은 모두 5만6303개사다. 이중 기업이 몰려있는 수도권이 3만여개사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남(4201개) 부산(3496개) 경북(3088개) 등을 비롯해 충청권 호남권 등도 1000개사 이상이 후계자 부재로 추정됐다. 이러한 고민은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박노근 외대 교수에 따르면 갤럽이 2024년 미국의 중소기업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자의 27%는 은퇴시 폐업할 계획이다. 33%는 승계계획이 없거나 불확실하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중소기업거래플랫폼에 매각을 위해 등록된 기업 중 약 70%는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기업승계는 단순한 자산 이전을 넘어 고용유지와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공공적 가치와 직결된다”며 기업승계를 ‘제2창업’으로 규정했다.

◆제3자 인수 법제화 본격 = 최근 기업승계 제도가 재편되고 있다. 친족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승계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승계의 불확실성을 거둬내기 위해서다. 기업이 폐업하거나 외부로 매각되면 기업이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과 경험, 숙련된 인력 등이 소멸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제3자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런한 내용을 담은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도 발의돼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승계와 직원인수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방안’ 세미나에서는 ‘직원인수를 통한 기업승계’에 대해 논의됐다.

기업의 직원인수는 예외적인 현상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안으로 승계방식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기업승계 실태조사’에서도 임직원 승계는 실제 선택지로 검토되고 있다는 게 확인된다. 조사대상 600개 기업 중 임직원 승계를 계획하고 있는 곳은 7.3%(44개사)였다.

해외에서는 후계자 부재로 인한 기업소멸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 영국은 2014년 직원소유신탁을 통한 직원인수를 제도적으로 도입했다. 일본도 2018년 사업승계 시 세제 특례제도를 도입해 경영진 직원승계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박 교수는 “직원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존속하게 되면 인적자본과 생산설비가 유지되고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 창업자의 대규모 은퇴와 후계자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현재 시점에서 직원 인수를 중소기업 승계의 핵심 정책수단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생산성 다잡아 = 국내에서 직원 인수 상징은 한국종합기술홀딩스(대표 김영수)다. 2017년 한국종합기술은 매각위기에 처했다. 모기업인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유동성 위기가 발단이었다. 당시 830명의 임직원이 1인당 5000만원씩 출자해 협동조합 형태로 지주회사(한국종합기술홀딩스)를 설립했다. 인력 구조조정과 핵심기술 유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직원들이 인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난관에 가로막혔다. 1금융권에 주식담보대출을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때 직원들이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받아 총 530억원을 마련했다. 결국 대기업과 사모펀드를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상장사 가운데 직원인수 사례로는 최초였다.

2024년 기준 자산 4181억원, 매출 3969억원을 기록했다. 인수당시와 비교하면 자산은 812%, 매출 37.0% 성장했다. 적자가 흑자로 돌아섰다. 직원은 1228명에서 1806명으로 47% 늘었다. 평균급여도 6940만원으로 20% 상승했다.

김영수 대표는 “직원인수 전용 매칭펀드 조성, 특례보증을 통한 자금조달 부담 완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지분인수 등 공적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진교통(대표 김재수)도 부도난 기업을 직원들이 인수해 성공한 사례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기업으로부터 2005년 50% 주식을 무상으로 양도받고 부채와 고용을 승계했다.

김재수 대표는 “기업인수로 고용이 안정되고 투명경영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이 향상됐다. 노사관계도 대립에서 참여와 협력으로 전화됐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직원인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다양한 세제혜택으로 강력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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