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항암제 투여 삭감, 심평원 위법”
“CT만으로 진료 적정성 판단 못 해”
환자 상태를 호전시킨 항암제 투여가 ‘기준 미충족’을 이유로 요양급여에서 삭감됐으나, 법원은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암치료의 적정성은 CT 등 단일 검사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환자의 임상 경과와 의학적 타당성을 종합해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심평원이 내린 요양급여비용 감액조정처분 전부를 취소하고 소송비용 역시 심평원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소송은 가톨릭학원이 운영하는 대학병원이 다발성 캐슬만병 환자에게 투여한 ‘실툭시맙(siltuximab)’ 성분 항암제를 둘러싸고 제기됐다. 해당 치료가 2018년 보험급여화된 이후 병원은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으나 심평원은 “2~3개월마다 CT 또는 PET/CT를 통한 영상학적 반응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약 1275만원을 감액했다. 병원측은 이의신청과 분쟁조정 절차가 모두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당시 적용되던 요양급여 기준 어디에도 다발성 캐슬만병의 반응평가 방법을 CT 등 영상검사로 한정하는 명시적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암제 급여기준의 일반원칙 역시 환자의 전신 상태와 임상 경과, 의학적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을 뿐, 특정 검사 방법을 절대적 기준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원이 CT 촬영 외에도 CRP(C 반응성 단백) 검사 등 생화학적 지표를 활용해 주기적인 반응평가를 실시해 왔고, 그 결과 환자가 장기간 완전관해(CR) 상태를 유지하며 전신 상태가 호전된 점이 인정된다”며 “CT 검사에서도 병세 악화나 특이 소견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문제 된 항암제 투여는 의학적으로 충분히 합리적인 치료 과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제적 임상 기준조차 정립되기 이전의 종전 고시를 형식적으로 적용해 요양급여를 삭감한 처분은 의학적 현실과 치료의 본질을 외면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후적으로 과도한 기준이었음이 확인된 규정을 근거로, 당시 환자의 상태와 진료의 필요성, 의학적 타당성을 모두 충족한 요양급여를 위법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해당 요양급여 감액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심평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행정10-2부(김유진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며, 현재 기일 지정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항소심에 다툴 핵심 법리에 대해 “실툭시맙 성분 항암제 투여와 관련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