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남용, 공기업이 더 심했다
3년간 노동위원회 판단 172건 중 30% … 코레일 26건 최다, 한전 9건
국내 주요 공기업에서 부당징계와 부당 인사명령을 둘러싼 분쟁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위원회 판결에서 회사측 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된 사례 가운데 공기업 비중이 30%를 넘어서면서 공공기관 인사권 행사가 법적 판단의 제동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분쟁 증가라기보다, 업무상 필요성이나 비례성·절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인사 조치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인사권 행사 방식 자체가 문제로 지적된다.
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가운데 조사 가능한 259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3~2025년 노동위원회(지방노동위원회 기준) 부당징계·부당인사명령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판결 내용이 공개된 사건 697건 중 172건(24.7%)에 대해 회사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가운데 전부 인정은 154건, 일부 인정은 18건이었다.
부당 판정의 상당수는 공기업에 집중됐다. 전체 사건 697건 가운데 공기업 관련 사건은 189건으로 27.1%를 차지했다. 이 중 62건은 부당 판정을 받았다. 전체 부당 판정의 30% 이상이 공기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부당징계·부당인사명령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 구제 절차로 시작돼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 공기업 사건의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판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재심 결과에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정당으로 완전히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고, 상당수는 판단이 유지되거나 구제 범위가 일부 조정되는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실무 평가다. 재심 제기 자체보다 같은 유형의 인사 조치가 반복적으로 문제 되는 구조가 더 큰 쟁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위원회는 공기업의 전보와 징계에 대해 공공성에 걸맞은 인사권 행사였는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조직 운영상 객관적인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노동자에게 주거 이전이나 돌봄 부담 등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사전 협의 등 절차를 거쳤는지를 종합적으로 본다. 업무상 필요성이 분명하지 않거나 사실상 징벌 목적의 전보가 판단되면 부당 전보로 인정된다. 징계 역시 규정상 사유가 있더라도 수위가 과도하거나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부당하다는 판단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기업별 판정 현황을 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가장 많았다. 코레일은 최근 3년간 판결이 공개된 사건 66건 가운데 26건에서 부당 판정을 받았다. 전보 대상에 대한 객관적 사유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형사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근로자를 당연면직 처리한 사례 등이 부당하다고 판단됐다.
이 밖에도 △세아베스틸(6건) △홈플러스(5건) △이랜드리테일(5건) △한국토지주택공사(4건) △한국가스공사(4건) △두산밥캣코리아(4건) △LG유플러스(4건) △한국항공우주(4건) 등에서도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 징계나 인사명령 판정을 받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제재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전체 부당 판정 172건 가운데 30건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됐고, 1건은 고발 조치됐다. KCC글라스는 부당 전보 판정을 받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과 고발 조치를 받았다. 세아베스틸의 경우 부당해고 판정 이후 기존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사유로 다시 면직 처분을 내려 또다시 부당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롯데웰푸드는 서울에서 30년간 근무한 근로자를 부산으로 전보 조치한 건이 문제가 됐다. 노동위원회는 전보로 인해 매월 6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세 자녀 양육에 심각한 공백이 생겨 근로자가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판단했다.
업종별로는 공기업 외에도 유통, 조선·기계·설비, 철강, 자동차·부품, 보험, 석유화학, 운송, 통신, IT·전기전자, 건설·건자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부당 징계와 인사명령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