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 주가조작’ 7000억원 부당이득
공인회계사 출신 기업사냥꾼 징역 4년 선고
에디슨EV·디아크 부정거래는 무죄 판단
비상장주식 시세를 조종해 7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공인회계사 출신 기업사냥꾼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상장사 인수 이후 허위 공시와 홍보로 주가를 띄웠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3부(재판장 김상연)는 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모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씨는 2021년 4~6월 자신이 보유한 비상장 D사 주식을 지인들에게 소량씩 나눠주고, 같은 해 9~10월 이를 다시 고가에 사들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여러 차명계좌를 동원해 매수·매도가를 정해놓고 반복 거래를 하면서 거래가 활발한 종목처럼 보이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시세조종으로 D사 주가가 두 달 사이 535원에서 12만9500원까지 242배 급등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 일당이 2022년 3월 기준 7147억원의 부당이득을 올린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인회계사로서의 전문 지식과 투자 경험을 이용해 범행을 계획했다”며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또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고, 동종 범죄 전력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이씨가 상장사인 에디슨EV와 디아크를 인수한 뒤 허위 공시나 언론 보도로 주가를 조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해당 행위가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상당 기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고, 보석 석방 이후에도 성실히 출석했다”며 추가로 신병을 확보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비상장주식 시세조종에 대해서는 강한 책임을 묻는 한편, 상장사 인수 이후 공시·홍보 행위의 형사 책임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다시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