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공습에 데이터·소프트웨어주 급락
법률에서 영업까지 자동화 수혜주서 피해주 찾기 관심
미국과 유럽의 데이터 분석, 전문 서비스, 소프트웨어 기업들 사이에서 나타난 대규모 매도세가 3일(현지시간) 한층 거세졌다. 외신들은 일제히 앤스로픽이 최근 업데이트한 인공지능(AI) 챗봇을 이번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AI 개발사 앤스로픽은 지난주 금요일 클로드 코워크 에이전트용 플러그인을 출시했다. 이 플러그인은 법률, 영업, 마케팅, 데이터 분석 전반의 업무를 자동화하도록 설계됐다. 이 조치로 인해, 한때 AI 시대의 주요 수혜 업종으로 평가받았던 데이터·전문 서비스 산업이 오히려 AI로 인한 ‘파괴적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전했다.
골드만삭스가 간추린 미국 소프트웨어 종목들은 3일(현지시간) 6% 급락했다. 4월 관세 충격으로 시장이 흔들렸던 날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앤스로픽이 내놓은 새 AI 자동화 도구가 일부 기업의 실적 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 탓이다. 나스닥100지수도 1.6% 떨어졌고, 장중 한때 낙폭이 2.4%까지 커졌다.
처음 매도는 법률·데이터 서비스 기술 관련 종목에서 시작됐다. 이후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과 금융기술 업종 상당수가 줄줄이 끌려 내려갔다.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대출·투자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진 기업개발회사(BDC)와 월가의 대체투자 운용 대형사들도 ‘연쇄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소프트웨어, 금융서비스, 자산운용 섹터에서 날아간 시가총액은 모두 285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루웨일 그로스펀드의 스티븐 이유 최고투자책임자는 올해는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밀려날지 갈리는 해라며 중요한 역량은 ‘질 수밖에 없는 종목’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진정되기 전까지는 AI 흐름을 거스르는 자리에 서는 것이 위험하다는 취지다.
투매는 미국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번졌다. 영국 런던 시장에선 신용·마케팅 서비스 업체 익스피리언, 비즈니스·법률 소프트웨어 업체 럴엑스(RELX), 런던증권거래소그룹 주가가 크게 빠졌다.
북미에선 톰슨로이터와 리걸줌 등이 낙폭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여파로 아이셰어스 확장 기술·소프트웨어 섹터 상장지수펀드(ETF)는 4.6% 떨어지며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 ETF는 1월에만 15% 급락해 2008년 이후 최악의 월간 성적을 기록한 직후다.
모건스탠리의 토니 캐플런 등 애널리스트들은 톰슨로이터 관련 보고서에서 앤스로픽이 코워크의 새 기능을 법률 분야에 맞춰 내놓으면서 경쟁이 한층 거세졌다고 평가했다. 경쟁 심화는 사업 전망에 부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BDC 종목도 급격히 흔들렸다. 블루아울캐피털은 장중 최대 13% 떨어지며 9거래일 연속 하락, 주가가 202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기술 변화가 신용시장 전반을 뒤흔들면서, 지난주에는 기관 대출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업 관련 대출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상장사인 BDC는 통상 외부에서 들여다보기 어려운 직접대출 시장의 분위기를 비교적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도 거론된다.
대체투자 업계 대표 주들도 크게 밀렸다. 아레스매니지먼트, KKR, TPG는 장중 한때 각각 10% 넘게 떨어졌고, 아폴로그로벌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도 최대 8%가량 하락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