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국가 스캠 범죄, 초국경 대응해야”

2026-02-05 13:00:40 게재

한국 주도 국제공조 작전회의 … 사건 중심 수사에서 국경 단계 차단으로

전화 한 통이나 메시지 하나로 시작된 스캠(사기) 범죄가 국경을 넘나드는 조직 범죄로 진화했다. 한국 경찰 주도로 국제기구와 각국 수사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이동하며 이어지는 스캠 범죄를 어디에서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를 논의하고 있다.

경찰청은 5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초국가 스캠 범죄 대응을 위한 제2차 국제공조 작전회의 ‘브레이킹 체인스(Breaking Chains·사슬 끊기)’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국제형사경찰기구와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등 5개 국제기구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캄보디아 등 22개국 수사기관이 참여했다.

“초국가 스캠 범죄는 국경을 넘나들며 연결된 범죄인 만큼 대응 역시 국경을 넘어 이어져야 한다”는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발언은 이번 회의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이동과 재편을 전제로 움직이는 범죄를 단일 국가의 수사와 단속만으로는 끊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이 말에 담겼다.

초국가 스캠 범죄는 역할이 분업화된 형태로 움직인다. 전화를 거는 조직과 자금을 세탁하는 조직, 피해자를 모집하고 관리하는 조직이 서로 다른 나라에 흩어져 있다. 한 지역에서 단속이 강화되면 조직은 해체되기보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시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단속의 공백을 찾아 이동하는 구조인 만큼, 국경 단계에서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범죄조직은 쉽게 되살아난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여러 나라 수사기관이 모여 범죄조직의 이동 경로와 재편 방식까지 함께 들여다보고 보다 구조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11월 열린 1차 국제공조 작전회의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회의에서는 스캠 범죄 26건과 관련된 추적 단서 75건이 참여국 사이에서 공유됐다. 경찰청은 이 정보들이 이후 실제 수사와 합동 단속의 출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성과도 뒤따랐다. 피해자 29명을 속여 25억원을 가로챈 캄보디아 거점 스캠 조직 사건에서는 조직원 15명이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살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를 해외로 유인한 인신매매 조직의 총책이 캄보디아와 태국의 공조 수사를 통해 붙잡혔다. 베트남과 중국 등을 거점으로 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합동 단속으로 31명이 검거됐고, 이 가운데 15명이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청은 5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초국가 스캠 범죄 대응을 위한 제2차 국제공조 작전회의 ‘브레이킹 체인스(Breaking Chains·사슬 끊기)’를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열린 1차 회의 장면.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경찰청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사건 하나를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를 이어 가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했음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 국제공조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검거와 송환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판단이다.

2차 회의의 초점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단속 이후 범죄조직이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흐름 자체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다. 경찰청은 범죄조직이 국경을 넘는 단계에서 이동을 포착하고 차단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 경찰은 인터폴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과 함께 동남아시아 주요 국경 지역에서 합동 작전을 진행해 왔다. 도피 사범의 이동 정보를 공유하고 출입국 관리와 현지 단속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이런 국경 대응 사례를 이번 회의에서 공유해 다른 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국제공조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도 사건 중심 국제공조는 이어진다. 참여국 가운데 13개국은 사전에 선정된 사건 45건과 관련해 주요 추적 단서 80개를 공유한 후 이를 바탕으로 합동 단속과 피해자 구출 방안을 논의한다. 다만 범죄조직이 이동과 재편을 멈추지 않는 한 국제공조 역시 일회성 성과를 넘어 지속적으로 갱신될 수 있는 체계로 작동할 수 있을지가 남은 과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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