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정권, 군사대국화로 질주하나
모레 총선서 자민당 단독과반 넘어 개헌선 넘봐…방위력 강화·헌법 9조 개헌 가시권
오는 8일 치러지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일본 유신회를 포함한 연립여당이 의석의 2/3를 넘어서는 개헌의석 확보까지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일 지원 유세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명기하면 안되는가”라며 개헌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앞서 다카이치는 지난해 10월 일본 유신회와 연립정권을 구성하면서 헌법 9조 개정에 합의했다.
올해 상반기 무기수출 제한 장벽 없앨 듯
이번 주말 중의원 선거가 예상대로 자민당과 연립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 다카이치 정권의 방위력 강화를 위한 조치는 빨라질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정권과 연립여당이 올해 안으로 △무기 및 관련 장비 수출 제한 해제 △안보 관련 3개 문서 개정 △방위비 증액 등 크게 3가지를 강하게 밀어부칠 것으로 내다봤다.
자민당은 지난해 12월 현행 무기 및 방위장비 수출 제한 규제를 대거 해제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일본은 무기수출과 관련 이른바 ‘5개의 유형’을 둬 제한하고 있다. 아베 정권 당시인 2014년 ‘방위장비 이전 원칙’에 따라 수출이 가능한 방위 관련 장비의 용도를 △구난 △운송 △경계 등의 5가지 유형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카이치 정권은 규제를 전면 폐지해 사실상 살상 무기의 수출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제한 조치를 철폐하면 방위장비 수출의 사실상 전면 해금으로 연결된다”며 “일본의 방위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에는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 등이 세계 50위권의 방위산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무기 수출 규제 완화가 기대되면서 미쓰비시중공업은 2022년 시가총액 1조엔 규모에서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정권이 들어선 이후 15조엔까지 치솟는 등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모로타 도시하루 오카산증권 애널리스트는 “함정과 일반 잠수함 등 일본의 기술경쟁력이 높은 분야에서 수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담당 장관인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해 10월 방위성 내부에 무기와 장비의 수출에 관한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고이즈미 장관은 당시 “일본으로서는 무기 수출은 바람직한 안보환경의 정비를 위해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라며 “지속가능한 방위산업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자민당과 유신회는 잠수함의 차세대 동력과 관련 원자력 활용에 대해서도 열어놨다. 사실상 핵잠수함의 추진에 공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이즈미 장관은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억지력과 대응력을 향상시키는 방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살상무기 수출에 대한 부담도 있다. 일본은 전후 정부개발원조(ODA) 등 비군사적 국제원조를 통해 평화국가의 이미지를 형성해 왔다. 2022년 개정한 국가안보전략에도 “평화국가로서 전수방위와 비핵3원칙의 견지 등 기본방침은 불변”이라고 명기했다.
국가안보관련 3개 문서 개정 추진
자민당은 지난해 11월 안전보장 관련 3개의 문서 개정에 착수했다. 개정된 안보 관련 방침은 2027년 이후 실시를 목표로 올해 4월까지 정부에 당의 방침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안보 3문서는 △국가안보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개의 문서로 구성됐다.
직전 안보 3문서 개정은 2022년 기시다 정권에서 이뤄졌다. 당시 연립을 구성했던 공명당은 당의 기본 방침을 ‘평화’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안보 관련 방침에서 자민당의 급격한 우경화를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취임 이후 공명당이 연립에서 이탈하면서 26년 만에 공명당 없는 안보전략이 연립여당 안에서 논의되는 셈이다.
자민당의 제안을 받으면 다카이치 내각은 올해 여름까지 안보관련 3개 문서의 골격을 새롭게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문서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방위비 증액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 △군사적 반격능력의 강화 △방위산업 지원 방안 △지속적인 전투능력의 강화 △현대전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와 장비의 정비 등이 논의되고 보다 공격적인 방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반격능력의 강화 등이 꼽힌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대만 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일본의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대만 유사사태에 일본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은 2022년 안보 3문서를 개정하면서 반격능력, 즉 적 기지에 대한 공격능력 보유를 공식화했다. 이는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이 공격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경우 자위대가 타국의 영토인 공격 원점을 타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입헙민주당과 공명당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급조해 창당한 ‘중도개혁연합’과 공산당 등이 이 조항을 일본이 전후 평화헌법에 기초해 유지해 온 ‘전수방위’ 노선을 일방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수방위는 타국으로부터 군사적 공격을 받았을 때만 제한적으로 반격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다만 최근들어 공산당 등을 뺀 야당도 자국을 방위하기 위한 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해석으로 돌아서는 흐름도 있다.
한편 자민당 내에서는 ‘비핵 3원칙’ 개정론도 나온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조회장은 “다양한 테마에 대해 필요하다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개정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비핵 3원칙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1967년 국회에서 천명한 핵무기 관련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여기에는 핵무기의 △제조 △보유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토 전 총리는 이 비핵 3원칙으로 197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위비 증액하고 헌법 개정 치닫나
일본은 지난해 방위비 예산 8조7000억엔에 이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9조엔을 넘어섰다. 자민당은 2027년까지 추가로 방위비 인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현행 방위비 관련 방침은 2027년까지 명목GDP의 2%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수년간 일본의 명목GDP가 증가해 온 만큼 방위비는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이다. 예컨대 현재의 예산편성 기초인 2022년 명목GDP(560조엔)에 따르면 대략 11조엔(약 102조원)이다. 명목GDP 기준년도를 2024년(640조엔)으로 하면 13조엔(약 120조원)까지 팽창한다.
일본의 차기 방위력정비 계획이 시작되는 2027년도 본예산안 규모는 올해 여름 정부 예산편성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정부는 방위비 증액이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다카이치 정권이 추진하는 17개 성장전략 분야의 하나로 방위산업도 포함됐다.
일본은 오랜 기간 무기수출을 사실상 금지해왔다. 그 결과 방위산업 기업의 판매처는 자국 자위대에 한정됐고 생산능력도 약화됐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세계 방위산업 관련 기업 상위 100개사 판매액(6790억달러)에서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 등 상위 5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방위산업 성장을 위해 기술개발과 생산량을 늘리고 비용 삭감을 통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을 통한 시장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방위비의 안정적 재원 확보이다. 자민당은 방위비 증액을 위해 내년 1월부터 소득세 증세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물론 자민당까지 소비세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소 연간 4조8000억엔(약 45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위비 증액 재원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다카이치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해 개헌선까지 확보할 경우 헌법 9조 개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일본 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의 교전권 금지 등을 담고 있어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이러한 헌법 조항 때문에 자위대는 실질적인 군대의 성격을 갖고 있어 위헌이라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아베 정권 이후 자민당은 헌법 9조를 그대로 두고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란을 없애자는 주장을 해왔다.
다만 현재 국회의 헌법개정을 논의하는 특별기구 위원장을 야당이 맡고 있어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일본 국민이 현행 헌법 9조 개정에 대해 지지가 낮다.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5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35%만 헌법 9조 개정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56%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