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산업특례…‘지역 전략’ 드러나
국방·에너지·물류 ‘맞춤 특례’ 쏟아져
공공기관 2·3차 이전 우선권도 ‘변수’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 5건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시·도 통합 논의가 본격적인 ‘설계의 시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법안 공개 이후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는 찬반과 이해득실을 앞세운 논쟁이 먼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이번 기획을 통해 정당 간 대립이나 속도 경쟁이 아닌, 법안 조항에 담긴 행정·재정·자치 구조의 차이를 중심으로 행정통합 이후의 지방자치 제도와 실제 주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살펴본다. <편집자주>편집자주>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5건은 권한이양·재정특례를 넘어 산업특례 설계에서 더 뚜렷하게 다른 결을 드러낸다. 통합은 행정구역 결합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산업을 키우고, 어떤 규제를 풀며, 어떤 기반시설을 깔 것인지를 법률에 ‘구조’로 담느냐가 통합 이후의 성패를 가른다. 특히 정부가 청와대를 축으로 ‘통합지방정부 재정지원 TF’를 가동하며 재정 지원, 위상 강화, 공공기관 이전, 산업 활성화 인센티브를 함께 묶음으로 제시한 상황이다. 산업특례 조항은 ‘통합 이후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쟁점이 됐다.
◆대전·충남 ‘첨단·국방 전환’ =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안은 공간·인허가·투자 유치를 산업정책의 출발점에 놓았다. 개발사업을 시행하려는 자는 통합특별시장 승인으로 관련 인·허가를 한번에 처리하도록 하고(제78·79조), 일정 기준 이상 투자유치를 위해 투자진흥지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제86조). 산업 축은 과학기술과 국방을 전면에 세웠다. 국가는 우주·인공지능(AI)·드론·반도체·로봇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제138조), 국방산업혁신클러스터 조성과 국방 관련 공공기관 이전, 국방 전용 국가산단 조성 등 지원을 우선하도록 했다(제167·168조).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요청(제109조), 친환경농업 실천계획과 비용 지원 근거(제170조)도 붙였다. 산업특례가 ‘첨단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전환·농업·공공투자로 확장된 구조다. 다만 재정·권한 조정과 마찬가지로 실제 효과는 시행단계 예산과 부처 협의 과정에서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광주·전남 ‘에너지·AI’ = 민주당 광주·전남안은 에너지 전주기 특례의 '밀도'가 특징이다. 전기사업 인허가 특례, 해상풍력 예비지구·공유수면 사용·접속설비 국가부담, 계통포화 해소, 공급인증서(REC) 발급 특례 등 에너지 생산–계통–산업을 하나의 묶음으로 설계했다(제102~123조). 동시에 AI·반도체·첨단전략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실증지구·특화단지·국가우선지원 근거도 촘촘히 깔았다(제124조~제167조). 농어업·푸드테크·해양수산 고부가가치화 특례(제211~252조), 문화·관광 국가거점 특례(제180~210조), 산업전환특구 등 기간산업 구조전환 지원(제168~179조)까지 범위가 넓다. 대전·충남이 '첨단·국방 중심의 성장축’을 내세웠다면, 광주·전남은 '에너지와 1차산업 혁신을 기반으로 첨단산업을 얹는 방식’으로 미래 설계도를 그린 것이다.
◆대구·경북 ‘미래특구+인프라’ = 대구·경북은 산업특례를 특구와 기반시설 묶음으로 설계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안은 글로벌미래특구 지정·계획 체계를 두고(제113~115조), 과학기술·연구개발(R&D)·AI 거점과 도시·공간 개발, 광역교통, 특별회계·환경기금 등 성장·기반시설·집행 담보 특례를 폭넓게 묶었다(제116~335조). 민주당 대구·경북안도 미래신산업 육성, 산업단지 조성 및 기능 강화, 글로벌 투자유치 등 산업생태계 구축 조항을 두고(제96~154조), 광역교통망·물류 기반과 친환경 탄소중립 기반시설(제198~280조)을 함께 배치했다. 산업특례를 ‘기업 지원’이 아니라 권역 인프라와 규제 체계로부터 묶어내는 방식이다.
◆공공기관 우선권이 마지막 퍼즐 = 3개 지역의 산업특례 설계에 더해 짚을 대목이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이다. 정부는 2027년부터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통합특별시를 우선 고려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하고 TF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에서도 ‘공공기관 이전 우대’ 조항이 반복된다. 민주당 대전·충남안은 공공기관 지방이전 때 우대 근거를 뒀고(제302조), 같은 당 대구·경북안은 공공기관 이전 시 우선배정을 지역균형발전 특례로 규정했다(제283~314조). 광주·전남안도 국가기관 이전 우대 등 공간 재배치 추진 근거를 담았다(제376~380조).
산업특례가 지역별 ‘성장 구상’이라면,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은 이를 뒷받침할 인력·연구·공공투자 기반시설을 통째로 끌어올 마지막 퍼즐이다.
국회 논의는 결국 ‘특례의 목록’이 아니라 ‘특례의 실행 장치’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조항을 법률에 고정하고, 어떤 부분을 TF·시행령·예산으로 넘길지 등 설계의 강약이 통합 이후 산업지형을 가를 전망이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결국 지역 현실에 맞는 산업특례와 공공기관 우선 배정에서 행정통합 이후 지방정부의 미래 청사진이 완성될 것”이라며 “행정통합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지역색을 담을 수 있는 핵심 장치가 가장 첨예하게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신일·홍범택·윤여운·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