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수사·기소 분리’ 재확인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요구권’만 허용
중수청 조직은 일원화 … 대상은 9대 범죄→6대 범죄
검찰 우려 목소리 … “사건 핑퐁 현상 심화, 국민 피해”
더불어민주당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대신 보완수사요권만 부여키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앞서 ‘예외적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또 정부안과 달리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조직은 수사관으로 일원화하고, 직접 수사 범위도 9대 범죄에서 6대 범죄로 축소키로 하면서 추후 정부에서 어떤 수정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6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정책 의총을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공소청·중수청 설치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의견을 모으고 이를 주중에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여부는 토론 끝에 이를 주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김 정책수석은 “당내에선 그동안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보완수사권이 없어도 실제로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러나 여러 의원의 의견은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라는 당초 목적이 퇴색되는 측면이 있다는 쪽이었다”고 설명했다.
보완수사권에 대해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정책수석은 “만약 어려움이 있다면 시행 과정에서 다시 보완하는 방안을 택하더라도 일단은 보완수사권 없이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당 입장을 정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많은 분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지지자들의 열망을 생각할 때 이는 상징적인 부분”이라며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고 보완수사요구권을 두되 피해자들이 수사 미진, 지연 등으로 피해를 받지 않도록 공소청에서 다른 수사기관에 충분히 의견 개진을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사실상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개정안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중수청의 수사 인력 구조도 일원화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중수청 인력 구조를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일반 전문수사관으로 나누는 이원화된 형태였다. 이를 두고 여권 강성 지지층에선 사실상 지금의 검찰 구조와 다르지 않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김 정책수석은 “중수청 수사 구조는 일원화해 수사관으로 명칭을 통칭하되 실제로 담당하는 업무에 따라서 법률수사관이나 세부적인 직책을 마련하는 것을 정부가 고민하도록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의 직접 수사 범위도 9대 범죄에서 6대 범죄로 정부안보다 대폭 줄이기로 했다. 앞서 정부의 입법예고안에서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사이버 등 9가지 범죄가 중수청 수사 범위에 포함됐다.
김 정책수석은 “대형참사·공직자·선거 범죄 3가지에 대해서는 제외하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다만 “사이버범죄와 관련해서는 수사 범위가 너무 넓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국가 기반시설 공격, 첨단 기술 범죄로 한정해 중수청이 수사하도록 (정부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정책수석은 검찰총장 명칭 관련 “공소청장을 쓰는 것이 원칙이라고 정했다”면서 “다만 헌법상 검찰총장이라는 용어를 쓰게 돼 있는 만큼 검찰총장이 공소청장을 겸한다는 규정을 통해 공소청장으로 호칭할 수 있도록 수정 의견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수청장 자격 요건도 완화했다. 기존 정부안에서는 사실상 수사사법관만 중수청장을 맡을 수 있었지만, 민주당은 15년 이상의 수사 또는 법조 경력이 있으면 임명될 수 있도록 했다.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15년 이상 수사 실무 경력이 있는 경찰이나 검찰수사관도 중수청장에 임명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이같이 큰 방향을 정한 뒤 세부 내용은 정부에서 준비하도록 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정부 수정안이 제출되는 대로 늦어도 3월 초까지 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입법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김 정책수석은 “정부가 수정안을 제출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2월 중 늦어도 3월 초까지는 통과시켜야만 10월 2일 공소청이 출범할 수 있다는 데드라인을 갖고 있어서 정부안이 오면 국회 논의 과정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민주당이 결정한 법률안이 검찰이 요구한 내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내용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아닌 보완수사요구권만 주기로 한 것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보완수사요구권조차 주지 않는 것보단 낫다”면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문제로 지적된 ‘사건 핑퐁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간부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처리까지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려 사건이 뭉개질 가능성이 크다”며 “수사가 길어지면 결국 국민들만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일·이명환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