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설 연휴 앞둔 상비약 점검 요령
설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예매한 기차표를 확인하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뵙는 설렘에 잠기고, 누군가는 명절 전 업무를 마무리하느라 평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시장 골목은 제수용품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집집마다 명절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저마다의 모습은 다르지만 명절을 앞둔 바람은 비슷하다. 연휴 동안 큰 탈 없이 지내는 것, 그것이 설을 맞이하는 가장 소박한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설 연휴에는 생각지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평소보다 과하게 섭취한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소화 불량, 장시간 운전이나 명절 노동 뒤의 근육통, 갑작스러운 발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은 드물지 않다. 연휴에는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이 많지 않아 집 안에 구비된 상비약이 첫 대응 수단이 된다.
문제는 많은 가정에서 상비약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전 개봉한 시럽,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조차 힘든 조제약, 용도가 불분명한 연고가 뒤섞여 있는 경우가 흔하다.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금이야말로 집집마다 약상자를 열어 버릴 것은 버리고 채울 것은 채우는 면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효과적인 상비약 관리를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원칙을 정리했다.
비상시 대비 상비약 구비 필요
상비약 관리의 첫 번째 기준은 시간이다. 약에 표시된 유통기한은 미개봉 상태를 기준으로 하므로, 개봉 후에는 약효 저하나 오염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낱개 포장이 아닌 알약은 개봉 후 장기간 보관 시 습기나 공기에 노출되어 변질될 수 있다. 연고류나 시럽, 물약은 개봉 후 더 빠르게 상할 수 있으므로 제품별 사용기한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눈에 직접 사용하는 점안액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개봉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 미생물에 의해 오염될 위험이 커지므로, 제품 설명서의 개봉 후 사용기한을 지키고 의심스러우면 폐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조제약 역시 마찬가지다. 처방 당시의 증상과 현재 상태가 다를 수 있고, 약 성분도 시간이 지나면 변질된다. 특히 가루약은 알약보다 습기에 취약해 변질 속도가 빠르다. 오래된 조제약은 설령 비슷한 증상이 생기더라도 임의로 복용하지 말고 새로 처방받는 것이 원칙이다. 아깝다는 이유로 보관한 약이 오히려 복통이나 알레르기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구성의 정예화다. 상비약의 종류가 많다고 해서 대비가 잘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리가 어려워지고, 급한 상황에서 잘못된 약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명절 연휴를 기준으로 보면 해열진통제, 소화제, 지사제, 소독약과 일회용 밴드 정도면 기본적인 대응은 가능하다. 필요 이상의 약을 쌓아두기보다는,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약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정확한 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족 한 명 한 명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정 약물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만성질환으로 복용 중인 약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특히 어르신이나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연령에 맞는 제형과 용량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비약이 기존 복용 약과 성분이 겹치지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약의 개수를 줄이고, 용법과 보관 위치를 가족이 공유하면 실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셋째는 폐의약품의 올바른 처리다. 사용하지 않는 약을 일반 쓰레기로 버리거나 하수구에 흘려보내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약 성분은 토양과 하천으로 유입되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결국 인간에게 항생제 내성 같은 문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폐의약품은 보건소,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 혹은 가까운 약국에 설치된 전용 수거함을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에는 우체통을 통한 수거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으니, 거주 지역의 처리 방법을 미리 확인해 두면 편리하다.
어르신 기한 지난 약 복용 주의해야
이번 설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약상자도 한 번씩 열어보자. 어르신들은 물건을 아끼는 습관 때문에 오래된 약조차 쉽게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는 경우가 흔하다. 먼지 쌓인 약봉지를 대신 정리하고 필요한 것을 새로 채워 넣는 일은 그 어떤 명절 선물보다 부모님의 일상을 지켜드리는 훨씬 값진 효도가 될 수 있다.
상비약 점검은 낡은 약을 골라내는 ‘비움’을 넘어,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안전망을 다시 구축하는 ‘채움’의 작업이다. 상비약이 잘 정리되어 있을수록 갑작스러운 통증이나 사고에도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 설을 앞둔 지금, 약상자를 한 번 열어보자. 그 작은 수고가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준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