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자금운용의 실체… ‘막대한 수익 함께’
JP모건 출신 폴 배럿이
앱스타인의 자금 운용
관계정리 후 시티로 갔으나
WSJ 보도 3일 만에 해고
공개된 이메일에 따르면 배럿은 2017년 5월 엡스타인에게 자금 관리를 위한 패밀리오피스를 뉴욕에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해 9월 JP모건을 떠난 배럿은 알파그룹캐피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엡스타인의 자금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2017년 9월 맺은 2년짜리 투자자문 계약에는 배럿이 연 5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 명시됐다. 이후 이메일에서 배럿은 2년간 110만달러 지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배럿은 도이체방크에서 제한적 위임 권한을 받아 엡스타인 명의 계좌들을 통해 거래했다. 계약상 배럿의 거래 권한은 채권·주식은 종목별 명목가 500만달러, 외환과 스왑은 각 1000만달러로 제한됐고, 고객이 직접 제안·집행한 거래는 성과 산정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도이체방크 내부 문서에는 엡스타인이 배럿을 전업 트레이더로 고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거래 내역에는 통화옵션, 주식·채권, 금리·신용 파생상품이 포함됐다. 배럿은 엡스타인이 기술주에 집중했으며 애플을 장기간 큰 비중으로 보유했다고 은행 측에 설명했다.
2018년 6월 배럿은 엡스타인 지시에 따라 미국 온라인 중고차 거래업체 카바나,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 주식을 각 2만5000주씩 매수했고, 프랑스 유통업체 카지노그룹 채권 300만달러어치 매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엡스타인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주식도 보유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2017년 10월 배럿은 알파그룹이 아폴로 주식 840만달러어치를 보유해 평가이익이 약 340만달러라고 보고했다. 아폴로 공동 창업자 리언 블랙은 엡스타인과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배럿의 운용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18년 말 배럿은 계약 재협상을 요구하며 미지급 대금을 청구했고, 2019년 1월, 2017년 10~12월 월평균 12만6000달러, 2018년 15만달러를 벌었다고 정리했다. 2019년 5월에는 엡스타인의 회계 담당자 리처드 칸에게 월 관리 수수료 2만9000달러 청구서를 보낸 기록도 공개됐다.
배럿의 이력은 시티그룹의 채용·검증 절차 논란으로도 번졌다. 배럿은 2019년 6월 시티에서 채용 제안서를 받고 7월 프라이빗뱅킹 부문 전무로 합류해 북미 패밀리오피스 사업을 맡았다. 2023년 4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배럿이 JP모건을 떠난 뒤에도 엡스타인과 만난 적이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고, 시티는 기사 게재 3일 만에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배럿을 해고했다고 법원 문건에서 밝혔다. 시티는 당시까지 배럿과 엡스타인의 관계를 최근에야 알게 됐다는 입장을 소송 과정에서 제시했으나, 배럿 측은 채용 과정에 관여한 일부 은행 관계자들이 그의 연관성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티 내부 문자메시지로 제출된 자료에는 배럿의 핵심 고객이 엡스타인이었다는 내용을 경영진이 알고 있었는지 묻는 대화가 포함돼 있다.
배럿은 퇴사 후 리버로드어드바이저스를 설립했고, 2023년 9월 금융산업규제청(FINRA) 중재를 통해 시티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계약 위반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2025년 7월 FINRA는 배럿의 청구를 전면 기각했다.
한편 8일 로이터는 UBS가 2014년부터 맥스웰의 계좌를 열고 최대 1900만달러 규모 자산을 관리했으며, 2019년 엡스타인 체포 이후에도 거래가 이어진 정황이 새 문서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엡스타인 핵심 측근의 자금이 어느 금융망을 거쳤는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엡스타인과 기슬레인 맥스웰이 현금·장학금·기회 제공 등을 미끼로 취약한 소녀들을 끌어들였고, 피해자가 다시 다른 피해자를 데려오게 만드는 방식이 반복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9일 AP통신은 미국 연방수사국 내부 기록을 검토한 결과를 인용해, 수사당국이 방대한 금융거래 기록과 인터뷰, 압수물 등을 확인했지만 엡스틴이 유력 인사들에게 미성년자를 조직적으로 공급하는 성착취 조직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법적으로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냈다고 전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