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석 칼럼

AI 시대의 기반 산업, 조선과 원자력

2026-02-11 13:00:01 게재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이 거북선이 새겨진 동전을 들고 “우리가 배를 지을 수 있다”라며 금융 지원을 요청했던 일화는 대한민국 조선 산업의 출발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조선 산업은 오늘날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업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니다.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간 산업이자, 해상 방위와 직결되는 안보 산업이다.

조선업은 제조업 넘어 국가안보 사업

최근 미국이 자국 조선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한국과 협력을 추진하는 마스가(MASGA :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그램 역시 그 배경에는 미국의 국가 안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한동안 불황의 늪에 빠져있던 K-조선은 다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세계 조선 산업의 주도권이 유럽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넘어온 이후 지금까지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물론 건조량과 수주량 등 양적으로는 중국이 앞서고 있지만, 한국은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 공정의 효율화, 맞춤형 설계, 디지털 기술과 자율 운항 등의 초격차 기술로의 전환 노력도 이러한 경쟁력의 기반이다.

중국 추격에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

조선업은 생산 유발 효과와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산업이다. 한 척의 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협력업체와 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조선업의 국제 경쟁은 개별 기업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조선업 생태계와 생태계 간의 다툼의 성격을 띤다.

또한 조선업은 경기 순환형 산업이라는 특성상 선박 수요가 줄어드는 침체기가 올 때마다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는 특성이 있다. 기업은 아무리 경기가 좋아도 침체기를 대비해서 경영을 방만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조선업은 국민 경제를 위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며, 긴 호흡으로 국민이 함께 지켜야 할 산업이다.

이제 시선을 원자력으로 돌려보자. 원자력 발전은 안전성, 사용후핵연료 처리, 우라늄 농축 문제 등으로 오랜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에 불구하고 전력 공급의 핵심 축으로서 원자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상당 부분 형성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다수의 국민이 찬성 의견을 나타냈고, 정부 역시 신규 원전 건설을 결정했다.

물론 입지 선정과 지역 수용성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충분한 정보 공개와 주민과의 소통을 진정성 있게 해 나간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다.무엇보다 원자력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1970년대 중화학 공업 중심의 산업화를 가능하게 했던 배경에는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이 있었고, 그 중심에 원자력이 있었다.

우리가 맞이한 21세기는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중화학 공업이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는 핵심 동력이었다면, 오늘날 AI는 우리가 각자도생의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적인 생존 역량이라 할 수 있다.

A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다시 대용량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의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조선과 원자력 AI시대 떠받치는 미래산업

조선과 원자력은 AI나 반도체처럼 화려해 보이지도 않고, K-컬쳐처럼 부드러운 이미지도 아니다.

다소 무겁고 투박하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해 온 산업이다. 마치 말없이 집안을 떠받치는 맏며느리처럼 국가 경제의 바닥을 지켜 왔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준비해 왔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조선 산업과 원자력 발전은 오늘도 조용히 대한민국의 기반을 지키고 있다.

조선과 원자력은 과거의 산업이 아니라, AI 시대를 떠받치는 가장 현실적인 미래 산업이다. 이제는 이들 산업에 대해서 더 큰 신뢰와 성원을 보낼 때다.

HD 현대 커뮤니케이션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