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AI 데이터센터로 방향 전환

2026-02-11 13:00:01 게재

북미 10개 공장 전환

테슬라 ESS 매출 급증

전기차(EV) 판매가 둔화하자 배터리 업체들이 공장을 전기차용에서 전력 저장장치(ESS)용 셀 생산으로 돌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무정전 전력’ 수요가 커지면서, ESS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CRU를 인용해 북미에서 10개 공장이 ESS용 배터리 생산으로 라인을 전환 중이라고 보도했다 셀 제조사들은 전기차 2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증설 계획도 취소했다. 전환 대상 10개 공장 중 7곳은 ESS 시장을 주력으로 삼을 전망이다. ESS는 배터리 모듈을 랙 형태로 쌓고 관리 소프트웨어로 제어해, 풍력·태양광처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전력을 보완한다.

포드는 켄터키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ESS용으로 바꾸고 있다. 국내 공급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ESS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다. GM도 에너지 저장용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삼성SDI와 인디애나주 합작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 중이다. 디트로이트 ‘빅3’가 모두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구도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테슬라는 ‘메가팩’ ‘파워월’ 등 ESS 사업을 키우고 있다. 테슬라는 에너지·발전 및 저장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7% 늘어 12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28억달러) 대비 크게 늘어난 반면, 전기차 판매 매출은 9% 줄어 640억달러로 집계됐다.

정책 환경도 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시절 IRA로 마련된 전기차 세액공제를 줄이고 배출가스 규제와 주 청정대기 기준을 완화했다. 블룸버그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 전망을 48%에서 27%로 낮췄다. 현재 미국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약 8%다. 블룸버그 에벨리나 스토이코는 IRA 시행 이후 미국에 대규모 투자가 몰렸지만 일부 목표가 과도하게 낙관적이었다고 평했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로 돌린다고 수익성이 곧바로 회복되진 않을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CRU의 샘 아드햄은 업체들이 비용 인하분을 바로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이주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