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수익으로 재정 구멍 메운 일본

2026-02-11 13:00:01 게재

엔저·주식 강세에 공공자산 수익 급증

GDP대비 순부채 비율 빠르게 낮춰

일본이 막대한 국가 부채에도 불구하고 투자 수익을 통해 재정 적자를 만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시장 변동을 활용한 외환·주식 투자에서 큰 수익을 거두며 공공부문 순부채를 빠르게 줄였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 알파빌 일본판 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높은 국가부채 비율로 오랫동안 재정 위기 우려의 상징으로 꼽혀왔지만, 최근에는 공공자산 운용 수익이 재정 부담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지만, 자산과 부채를 함께 본 공공부문 순부채는 빠르게 낮아졌다.

미 연방준비은행 세인트루이스 지점 연구진과 FT 분석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일본의 공공부문 순부채는 GDP의 65% 수준으로, 2020년 이후 절반가량 줄었다. 명목 부채만 보면 위기처럼 보이지만, 공공부문 전체 대차대조표를 합산하면 그림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핵심은 투자 성과다. 일본 재무성이 1990년대 이후 진행해온 외환시장 개입은 엔화 약세 국면에서 큰 이익을 남겼다. FT는 외환 개입 누적 수익이 GDP의 약 8%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과정에서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입했는데, 이 주식 자산의 평가이익만 GDP의 약 11% 수준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일본의 공적연금 적립금 운용기구인 공적연금투자기금(GPIF)도 엔저와 글로벌 주식 강세의 수혜를 입었다. 해외 주식과 채권 비중이 큰 GPIF 자산 가치는 GDP 대비 비중이 크게 뛰었다. FT는 이 같은 자산 가치 상승이 정부 재정에 간접적인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이리 리 치엔(YiLi Chien) 선임 정책자문은 일본의 재정 운용을 “차입한 돈으로 운영되는 국부펀드”에 비유했다. 치엔과 공동 연구진은 일본이 “낮은 국내 자금 조달 비용을 활용해 위험자산에 레버리지를 건 장기 투자를 해왔고, 지난 10년간 자금 조달 비용을 웃도는 연평균 GDP의 6%에 해당하는 추가 수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런 전략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FT는 주가 급락이나 엔화 급등이 발생할 경우 지금까지의 평가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 역시 일본의 높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채권 투자자들이 낮고 안정적인 금리를 유지해줄 것”을 꼽았다.

그럼에도 일본 사례는 단순한 부채 비율만으로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막대한 빚 속에서도 자산 운용 수익을 통해 재정 구멍을 메워온 일본의 방식이, 고부채에 시달리는 다른 선진국에 어떤 교훈을 줄지 주목된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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