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유령 코인 사태에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흔들

2026-02-11 13:00:32 게재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 '규제 강화'로 선회

장부거래 등 근본적 문제 검토해야 ‘신중론'

현물 ETF 출시 준비 자산운용업계'날벼락'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유령 코인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올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시장에선 기대감이 컸지만 최근 사태가 단순 전산 오류를 넘어 가상자산 장부거래 구조에 대한 문제로 불거지면서 제도 도입과 상품화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와 규제 강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준비하던 자산운용업계는 날벼락을 맞은 모습이다.

10일 금감원은 빗썸 정식 검사에 돌입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의 장부 관리와 자산 보관 기준 전반이 재검토될 수 있어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연합뉴스

◆"오기입 가능한 시스템이 문제" = 11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빗썸의 오지급 사태에 대한 현안 질의를 진행한다. 이번 질의에선 오지급 사태의 경위를 비롯해 향후 소비자 피해 방지 대책, 가상자산 신뢰 제고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전일 빗썸에 대한 현장 점검을 검사로 전격 전환한 가운데, 11일부터는 업비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4곳에 대한 현장 점검에도 나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오기입이 가능한 빗썸의 전산시스템이 문제”라며 “가상자산 정보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유령 코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디지털자산이 제도권 금융에 들어오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못 박았다.

◆“투명한 잔고 관리, 전사적 내부통제 시스템부터 마련” = 시민단체들의 철저한 조사 요구도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빗썸의 비트코인 대규모 오지급 사태는 장부 수기 거래 때문에 발생한 팻핑거(Fat Finger, 수기거래 입력 실수)라는 점에서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 사고와 유사하다”며 “빗썸 사태는 평소 불투명한 담보 관리, 발행·청산 구조 취약성, 전사적 내부통제에 대한 관리·감독 실패가 국내 비트코인 폭락 등 구조적 리스크로 전이된 최초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빗썸은 해외에서 발행·유통된 비트코인을 국내 잔고에 실물 담보로 100% 확보하지 않고 ‘장부상 셀프 수기 거래’만으로 이용자들에게 유령 코인을 허위 발행·지급했다”며 “가상자산 거래는 발행뿐만 아니라 청산 과정에서 투명한 전산 잔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국의 사후검사가 사실상 어려워 이용자 보호가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금융당국에 빗썸뿐 아니라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확대해 면밀한 검사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구조적 측면에서 업계 전반의 불투명한 담보 관리와 부실 운영 실태 등 전사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경실련은 “올해 중 예고된 ‘가상자산 2단계 입법’과 관련해 전사적 내부통제와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TF 상품 출시 거론도 못해 = 빗썸의 유령 코인 사태는 국내 가상자산시장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자산운용업계에까지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 왔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가상자산 제도화의 상징적 과제로 거론되면서 올해 상반기 내 상품 출시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의 논의가 신중론으로 흐를 전망이다. 지금까지 가상자산시장에 우호적이었던 국회도 규제 강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2단계 입법은 가상자산을 제도권 내로 공식 편입하는 게 핵심이었지만 유령 코인 사태로 상품 출시는 아예 거론도 못 하는 상황이다. 상품 출시의 전제가 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나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의 통과 시점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지분 규제’에 대한 당위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가상자산 가격 변동성 확대도 문제다.

가상자산 현물 ETF 출시를 위해 해외 사례들을 공부하고, 상품 연구개발 등을 준비해 온 자산운용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해 실적 계획도 후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만 자산운용사들은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대비한 사전 준비 과정에서 거래소 인프라 리스크를 다시 점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거래소 장부 데이터 관리 체계가 미흡할 경우 ETF 기준가가 왜곡되어 투자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며 “장부 데이터 관리·검증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전산화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시장전문가들은 “현물 ETF의 기초 인프라가 되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면서, 인프라 안정성과 검증 체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현물 ETF는 거래소 체결 가격과 장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준가격을 산정하는 구조인 만큼, 주문·정산 시스템의 안정성과 장부 신뢰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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