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수능 국어, 문제는 킬러문항 아닌 문해력

2026-02-11 13:00:34 게재

2026 수능서 표준점수 147점 ‘불국어’ 재현 … 어휘력·분석력·추론력 길러 독해력 높여야

2026 수능 국어는 킬러 문항 배제라는 출제 원칙 속에서도 변별력이 확보된 시험이었다. 흔히 국어는 노력으로 성적을 올리기가 어려운 과목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어 공부를 해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이유는 이해력이 낮아서 또는 국어 머리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어휘력이 부족해서 글을 제대로 읽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능 국어는 배경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지문 자체에 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낯선 지문이나 어려운 개념이 등장하면 앞이 깜깜해지는 건 바로 독해력과 문해력 때문이다. 낮은 독해력이나 문해력은 국어뿐만 아니라 수학 탐구 영어 등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준다. 최근 수능 국어의 출제 방향을 짚고 국어 역량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아봤다.

2026학년 수능 채점 결과 국어 난도가 전년보다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원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표준점수 최고점으로 난도를 가늠해야 하는데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47점으로 전년도 139점보다 8점 올랐다. 표준점수는 개별 원점수가 응시생 전체 평균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반영해 변환한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아질수록 최고점은 상승한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을 넘으면 불수능으로 평가한다. 국어 난도 상승의 영향으로 수능 전 과목 만점자 수도 5명에 그쳐 2025학년 11명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

◆수학 아닌 국어가 난도 변동 더 크다 = 2026 수능 국어에서 147점을 받은 수험생은 전체 국어 응시자 49만989명 중 261명(0.053%)이었다. 다만 선택 과목인 ‘언어와 매체’의 표준점수가 ‘화법과 작문’보다 높게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국어 만점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에 인원이 780명인 것과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무엇보다 국어는 수학에 비해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는 인원의 변화 폭이 매우 크다. 매년 수능 응시생의 역량이 차이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어가 수학보다 난도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 과목임을 알 수 있다. 지난 5년간 어려운 시험으로 꼽혔던 2022학년 수능(국어 최고 표준점수 149점에 인원 28명, 수학 147점에 2702명)과 2024학년 수능(국어 150점에 64명, 수학 148점에 612명)에서 모두 국어가 최고 표준점수 인원이 훨씬 적었다. 이는 단순한 난도 차이를 넘어 국어 과목이 지닌 특성과 관련이 있다.

수학은 난도가 상승하더라도 최상위권 집단이 일정 점수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한 과목이다. 개념과 유형이 비교적 명확하고 반복 학습을 통해 풀이 패턴이 체계화되기 때문이다. 상위권에 도달한 학생들은 문제 해결 과정이 안정화되어 있어 고난도 문항에서도 정답을 고를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어 특히 독서 영역은 처음 보는 지문을 제한된 시간 안에 분석하고 정보 구조를 파악해 복합적으로 추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한 문장의 해석 오류나 선택지에 대한 미세한 판단 착오로도 오답이 발생할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도 시험 당일의 집중력과 시간 배분, 순간적인 판단 등에 따라 점수가 달라질 수 있는 과목이다.

김용진 동대부영석고 교사는 “수학은 정답이 명확하고 풀이 경로가 논리적이며 난도가 높아져도 어느 정도 정해진 틀에서 출제된다”며 “그러나 국어는 지문의 소재나 문장 관계, 단어나 개념, 선지 등에서 얼마든지 난도를 높일 수 있어 수능에서는 표준점수 150점이 넘는 수준으로 매우 어렵게 출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어는 지문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에서 난도를 높일 수 있다. ‘적절하다’와 ‘가장 적절하다’, ‘추론 가능하다’와 ‘단정할 수 없다’ 등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해야 할 뿐 아니라 필자의 의도나 관점 해석, 비슷한 듯 다른 선지 등으로 상위권에서도 답이 분산된다. 시간 관리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수학은 특정 문항이 막혔을 때 다른 문항을 먼저 푼 뒤 돌아오는 전략이 가능하지만 국어 독서는 한 지문에서 해석이 흔들리면 이후 문항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즉 국어 과목의 특성상 어렵게 출제되면 수험생이 느끼는 체감 난도는 더 높아져 최상위권에서도 안정적인 만점 그룹이 형성되기 어렵다.

◆모든 과목의 핵심 역량은 독해력 = 수능에서 독해력은 더 이상 국어에만 국한된 능력이 아니다. 영어 수학 탐구 영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질문과 지문을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우선 절대평가임에도 2026학년 수능에서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친 영어를 보자. 실제 수능 영어는 긴 지문을 읽고 주제와 요지, 함축된 의미, 글의 흐름, 빈칸 추론, 문장 삽입 위치 등을 판단하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상위권을 가르는 빈칸 추론이나 글의 순서 배열 유형은 문장 단위의 해석을 넘어 문단 간 관계와 전개 흐름, 논리적 연결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풀 수 있다. 해석이 가능하더라도 글의 주된 관점을 놓치면 오답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한 사회 과학 철학 등 다양한 내용을 담은 문항은 배경지식이 없어도 풀 수 있도록 출제되지만 정보의 위계와 핵심을 가려내는 독해력이 부족하면 글의 요지를 놓치기 쉽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계산 능력과 풀이 기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 문항들은 실생활과 연계되거나 여러 조건을 제시한 뒤 이를 수학적 식으로 변환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남치열 저현고 교사는 “문제를 읽고 구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주어진 자료와 조건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하며 문제에 대한 이해가 수학 문제 풀이의 기본”이라며 “질문에서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오답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탐구 영역도 자료 해석형 문항이 늘어나면서 제시문과 그래프, 표를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개념을 알고 있어도 자료의 의미를 잘못 읽거나 질문의 관점을 놓치면 정답에 도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정제원 숭의여고 교사는 “탐구 영역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어휘력”이라며 “교과서와 시험에는 한자어가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정작 한문 교육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은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세근 호서고 교사도 “학생들은 설명이 길거나 조건이 복잡해 보이면 일단 주저한다”며 “내용을 읽고 문제를 풀 때 필요한 부분과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고 무엇을 묻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힘들어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2026학년 수능 국어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낀 영역은 단연 독서였다. 이번 독서 영역의 난도 상승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심리학 이론과 과학 원리, 기술 작동 방식 등 대학 전공 수업에서 다룰 법한 지문이 출제됐고 여러 학자의 이론을 비교하는 글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정보 이해를 넘어 서로 다른 관점을 구분하고 의미의 차이를 파악하는 사고력이 요구됐다는 평가다.

특히 한 문장을 이해했다고 해서 바로 답을 찾을 수 없는 구조였다. 일부 문항은 한 문단의 정보만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앞부분의 개념 설명과 뒤 문단의 결론을 연결해 전체 논리 구조를 파악해야 풀 수 있었다. 지문이 길어지고 정보량이 증가한 것도 난도 상승의 원인이었다. 단순히 글이 길어진 것이 아니라 설명 단계가 많아지고 예외 조건까지 제시되면서 처리해야 할 정보가 크게 늘었다. 국어 지문을 읽는 동안 내용을 연결해야 했고 이는 시간 압박으로 이어졌다. 과학과 기술 지문이 어렵게 느껴진 이유 역시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처음 접하는 낯선 개념과 복잡한 설명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체감 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문 읽기 자체가 어렵다면 어휘력 점검 = 지문을 읽는 단계부터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 이는 단순한 학습량 부족이라기보다 읽기 기초 체력과 맞물린 구조적 문제로 분석된다. 특히 교과 개념어와 한자어 추상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문장을 읽고도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사는 “지문을 읽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 어휘력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며 “글을 읽어도 의미가 바로 떠오르지 않아 읽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는데 영어는 낯선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지만 국어는 어휘를 대충 짐작하고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휘력이 향상되면 지문 자체를 읽어나가는 부담이 확실히 줄어들며 모르는 어휘를 만나면 정확한 뜻을 확인하고 정리해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우 포항제철중 교사는 “많은 학생은 모르는 개념이 나오면 거기에 붙잡혀서 읽기를 멈추는데 수능 국어는 모든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시험이 아니다”며 “해결의 핵심은 완벽한 이해가 아니라 구조 파악이며 모르는 용어가 나왔다고 멈추지 말고 관계와 맥락을 파악해 계속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수능 국어는 특정 이론이나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라 주어진 글을 얼마나 정확히 해석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라며 “낯선 지문이 나오더라도 당황하기보다 글에 제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사는 “많은 학생이 채점하고 해설 강의를 들으면서 '아 그렇구나' 하고 끝내는데 이건 공부가 아니라 확인 작업”이라며 “점수를 올리려면 독해 오류인지, 발문을 잘못 본 건지, 선지 판단 오류인지를 구분지어 자신이 틀린 문항을 복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궁민 와부고 교사는 “많은 지문을 경험하겠다는 욕심에 휘둘리기보다 한 지문을 깊이 분석하며 쪼개어 읽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난도에 따라 점수가 크게 흔들린다면 시간 운영 전략이 없는 상태일 수 있다. 이 교사는 “쉬운 시험은 잘 보지만 어려운 시험에서 무너지는 이유는 보통 한 지문에 과하게 매몰됐기 때문”이라며 “모의고사를 꾸준히 풀어보면서 자신만의 국어 시험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차염진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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