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영어’ 사교육 문항 걸러내다 난이도 검토 못했다?

2026-02-11 13:00:33 게재

대통령실 나서 질타했지만

평가원 “시간 인원 부족”

수능 개선 미봉책 우려

매년 반복되는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가 개선될지 관심사다. 특히 영어 불수능 파문으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평가원)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후폭풍이 크다. 교육부가 12일 개선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 전 원장이 윤석열정부 때 임명된 탓인지 현 정부는 ‘불영어’ 파문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불수능에 입시설명회 몰려든 인파 지난해 12월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6 정시 합격 가능선 예측 및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 및 수험생이 배치참고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 지난해 12월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국무조정실 주도로 수능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사해 책임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강 실장은 “절대평가 도입 취지를 훼손한 난이도 조절 실패뿐 아니라 출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평가원과 교육부에서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체제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와 관련 최근 수능 출제 기관인 평가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지문·문항 배제 작업 등이 출제 후반부까지 이어지면서 영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지문을 선정하고 문항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출제·검토위원단은 지속적으로 사교육 연관성 여부를 점검하고 있으나 방대한 양을 제한된 인원이 점검함에 따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단계적으로 지문 또는 문항이 교체된다”며 “사교육 연관성 문항 배제 및 문항 오류 점검을 위한 지문 교체 작업 등이 출제 후반부까지 이어져 난이도 조정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평가원은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 정부에서 ‘사교육 카르텔’이 논란이 되면서 사교육 연관성 문제에 지나치게 시간을 들여 교체 문항이 늘어났고 난이도를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는 취지다.

출제시간이나 출제·검토위원단의 능력이나 규모가 부족하다는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다. 공직사회 답은 늘상 '조직 확대'와 인원 증가로 이어진다.

2022년 수능 출제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전체 출제 기간은 38일, 인쇄 기간을 제외한 국·영·수의 출제 기간은 23일이다. 전체 출제·검토위원은 대학교수와 현직 교사 등 500여명 규모다.

왜 다른 과목과 달리 영어만 문항 교체가 많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평가원은 “1차·2차 문제지, 최종 문제지의 제출 시기, 세부 절차 등은 보안 상 상세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방어막’을 쳤다.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은 3.11%로,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4학년도 수능은 ‘극단적 불수능’으로 평가됐다. 인문·자연 전 과목이 어려웠고 인문계 만점자는 단 1명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치도 폭등했는데, 국어 150점, 수학 148점으로 역대급 고난도였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성기선 당시 평가원장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1994년 수능이 도입된 후 2001학년도까지는 출제위원으로 대학교수만 참여했다. 교수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학교현장을 잘 모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2002학년도부터 교사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4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일선 교사 참여 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많다.

평가원장 자리는 교육계에서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자리다. 초대 박도순 평가원장 이후 연임 1회를 포함해 13대까지 총 12명의 평가원장이 있었지만 임기를 모두 채운 건 1대, 4대 정강정 전 원장, 7대 성태제 전 원장, 10대 성기선 전 원장 등 4명 뿐이다. 이마저도 정 전 원장은 연임 후 5대 원장을 지내다가 2008학년도 수능 출제 오류로 낙마했다. 현재 평가원장은 공모절차가 진행 중이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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