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위한 에너지공학 탐구 기회 열린다

2026-02-12 09:34:21 게재

기후위기·AI 수요 급증으로 급부상하는 에너지

‘어떤 동아리를 선택할까?’ ‘알찬 동아리 활동이란 무엇일까?’

새 학기를 앞둔 학생의 고민 중 하나다. 동아리 활동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와 함께 공부하고 진로를 탐색할 소중한 기회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둔 학생에게는 관심 분야와 관련된 심화 탐구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학교에서도 이를 고려해 내실 있는 동아리 활동을 구성하려고 노력하지만, 인력과 시간의 제약에 부딪힐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 켄텍이 나섰다. 고교와 연계해 에너지공학 탐구 동아리 개설을 지원한다는 소식이다.

미래 필수·유망 분야 에너지

생산부터 활용까지 심화 탐구 기회

최근 기후변화와 인공지능 열풍으로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에너지다.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 확보·활용에 각국은 사활을 걸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고 유망한 분야인데, 의외로 학생들의 인식이 낮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발전기를 떠올리는 정도다. 한데 일부 학교와 학생들은 신재생 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을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의 생산과 이차전지, 반도체, 전력망 등 에너지 저장·분배·활용까지 에너지공학 전반을 탐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켄텍에서 마련한 에너지공학 탐구 동아리다. 에너지 분야 특성화대학인 켄텍에서 고등학생이 에너지공학을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획·지원하는 활동이다.

켄텍 홍정기 입학기획운영팀장은 “에너지공학은 기후위기를 맞은 인류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다. 켄텍은 탐구 동아리 운영을 지원해 학생이 넓은 시야로 에너지공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학생에게는 대학 연구를 체험하는 기회가 된다”라고 밝혔다.

동아리는 2024년부터 운영해 올해로 3년 차가 됐다. 처음에는 공학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교를 중심으로 했지만, 올해부터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혔다. 미래 에너지공학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 여러 에너지공학 분야를 탐색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어디서든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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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는 탐구 동아리 학생들에게 1년 동안 10개의 탐구 자료를 제공한다. 자료는 에너지공학의 주요 연구 과제를 다루며, AI와 데이터, 화학공학 등 최근 주목받는 여러 분야를 아우른다. 켄텍 재학생이 직접 작성해 고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료를 작성한 선배가 직접 멘토링과 온라인 문답을 제공한다.

홍 팀장은 “켄텍 재학생은 1학년부터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할 수 있다. 관심 분야를 직접 연구해 논문을 작성하고 발표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해,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고등학생은 미래의 선배가 직접 설명해주니 편하게 질문하며 도움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동아리 학생들은 5월 초 켄텍에서 주최하는 에너지 심포지엄에 참여할 수 있다. 매년 250명 정도의 학생이 방문해 직접 발제하거나 패널 토론에 참가한다. 질의응답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활동이 마무리된 뒤에는 전국 동아리 학생들이 성과 발표 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동아리에 참여했던 학생이 켄텍에 진학한다면 추가 혜택이 있다. 정규 교육과정 내 동아리에 연간 32시간 이상 참여했을 시, 대학 입학 후 학년별 1학점을 인정받는다. 3년 내내 활동한 학생은 총 3학점을 인정받는 셈이다. 실제 켄텍 입학생 중 학점을 인정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CASE 1. 금호고등학교

“실패 보완하며 역량 높인 학생, 학교도 함께 성장해”

금호고는 의약학 계열만을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기초 과학과 공학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동아리를 신청했다. 동아리 활동은 단순히 어려운 지식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이 당면한 에너지·환경 문제의 공학적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금호고 동아리 학생들은 3~4명씩 조를 이뤄 1달 동안 배경지식을 학습한 다음, 신중하게 연구 주제를 정했다. ‘환경 오염 물질을 활용한 연료 전지’ ‘플라스틱의 생산과 폐기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수소차의 폭발 위험을 줄이는 설계’를 탐구하며 고등학생의 시선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금호고의 노력은 켄텍 활동 우수 동아리 수상으로 이어졌다.

금호고 명건희 교사는 “사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끈질기게 실패 원인을 분석한 점,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 가설을 계속 분석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이는 학생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실패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난제 해결에 열의를 보이게 됐다. 교과 수업에서도 배운 지식을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라고 말했다.

켄텍의 지원은 학교 동아리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명 교사는 “현실적으로 지도 교사와 학생 모두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동아리 활동에서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다. 오랫동안 아쉬움이 컸는데, 켄텍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가이드로 삼고 대학생의 도움을 받으니 자연스럽게 활동에 깊이가 생겼다. 교사는 동아리 운영 부담도 많이 덜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CASE 2. 북일고등학교

“매월 과제 수행하며 탐구 역량↑, 최신 산업 흐름 알고 진로 재설계도”

북일고 학생들은 공학 계열을 향한 관심과 열의가 크다. 물리와 수학에 두각을 보이는 학생도 많은 편이다. 북일고는 켄텍의 에너지공학 탐구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기르고자 했다.

북일고 육근호 교사는 “동아리는 학생이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주제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탐구 방향을 정하면 몰입도와 성과가 좋아진다. 또한 연간 운영 계획과 목표를 사전에 공유해 학생들이 장기 연구에 책임감 있게 참여하도록 했다. 면접을 통해 에너지공학에 관심이 있고 연구 의지가 높은 학생을 선발한 것도 열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매월 대학에서 제공한 탐구 과제를 수행하고 다양한 후속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스스로 배운 내용을 다른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 인천하늘고와의 연계 학술제가 대표적이다. 테라포밍을 주제로 가상의 행성을 설정해 에너지 생산·저장·분배 전 과정을 설계하는 데까지 도전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에너지공학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추후 진로 설정에도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육 교사는 “학생들은 에너지 분야의 최신 흐름을 접하면서 이차전지, 신재생 에너지,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등 관련 산업에도 흥미를 보였다. 켄텍 교수진의 고교 방문 특강과 켄텍 견학 프로그램에서 학업 동기를 얻은 학생도 많다. 대학의 전문적인 수업과 실험 시설이 좋은 자극이 됐다. 활동 후 실제로 에너지공학과나 켄텍에 진학한 경우도 있다”라고 밝혔다.

CASE 3. 대전대신고등학교

“대학의 주제 제안으로 부담 낮추고, 대학생 멘토링으로 탐구 역량 높여줘”

대전대신고는 학생들이 에너지공학 탐구 동아리 개설을 주도했다. 에너지 분야 인재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켄텍에서 동아리 운영을 지원한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교사에게는 대학 주관 워크숍을 통해 영재학교, 과학고를 비롯한 타 학교와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성화에 힘입어 기존에 있던 소프트웨어 동아리를 에너지와 AI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동아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에너지공학을 공부하고 연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대전대신고 신형철 교사는 “학생들은 희망 전공 지식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실천하는 건 어려워한다. 한데 대학에서 직접 연구 주제를 제안하고 필요한 지식을 정리해주니 부담 없이 입문할 수 있었다. 탐구 과정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주변 환경에서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지역 하천 범람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현해 외부 대회에 참가한 학생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아리 활동을 이끌어가는 데는 켄텍 학생의 도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신 교사는 “켄텍에 입학한 졸업생과 학생들이 활발하게 소통했다. 졸업생은 탐구에 필요한 이론과 실습은 물론 대학 생활에 대해서도 조언해줬다. 켄텍 학생홍보단에서는 따로 온라인 멘토링을 제공해 큰 도움이 됐다. 지도 교사는 공학을 전공하지 않아 학생들에게 조언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대학에서 이런 부분을 보완해준 셈이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은 우리 학교만 알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MINI INTERVIEW________________________

“동아리는 에너지공학 연구자를 꿈꾸게 된 계기”

윤정인

윤정인

켄텍 1학년(광양제철고등학교)

Q. 가장 기억에 남는 동아리 활동은?

제가 실제로 거주하는 지역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분석해 개선 방안을 찾았어요. 먼저 코딩을 통해 거주 지역을 각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별 충전소 개수, 등록된 전기차 대수, 공용주차장 개수를 지도에 표시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충전소 확충이 필요한 지역을 선정했죠. 충전소를 짓기 어려운 곳에는 이동식 충전기 배치를 제안했고요. 이륜차 전용 교체식 배터리를 전기차용으로 개발해 대여하는 사업을 구상해보기도 했습니다.

고3 때 켄텍 캠퍼스를 견학한 일도 인상적이었어요. 인공지능 기반의 ALC(Active Learning Classroom)와 수소 연구실을 보며 대학의 연구 환경을 짐작할 수 있었고, 이런 환경에서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배운 점은?

동아리 활동은 에너지라는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는 계기가 됐어요. 고2까진 환경·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기후위기를 탐구하는 동아리에 소속돼 있었어요. 에너지 기술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었죠. 하지만 동아리 활동을 거듭할수록 에너지 분야 자체를 연구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아 켄텍 지원을 결심했습니다.

Q.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발전소에서 소비자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그리드 기술에 관심이 커요. 제가 살고 있는 전남 지역은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기 좋은 환경이지만,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 지역은 그렇지 않죠. 전력망을 개선하면 에너지를 전국에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을 거예요. 또 평소 화학을 좋아해 수소 에너지를 공부하고픈 마음도 있습니다. 켄텍은 여러 트랙을 넘나들며 배울 수 있는 만큼, 넓은 시야로 제게 맞는 분야를 찾아보고 싶어요.

“수소 밸류 체인 설계하며 에너지공학의 재미 찾아”

엄민성

엄민성

켄텍 1학년(전북과학고등학교)

Q.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과 이를 통해 배운 점을 알려준다면?

일단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을 아우르는 수소 밸류 체인을 직접 설계한 일이 기억에 남아요. 에너지 사용의 전 과정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죠. 에너지 기술로 평소 꿈꾸던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요. 앞으로 이 일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에너지공학 전공을 결심했어요.

활동을 통해 에너지 분야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어요. 처음엔 에너지공학을 복잡한 수학 계산을 반복하는 단조로운 학문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 공부해보니 시스템 전반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해서 재미있었어요. 예를 들어 수소 공급망을 설계하려면 각 지역의 인프라와 자연환경은 물론 전 지구의 자연도 고려해야 하죠. 또 고교 시절에 한 가지 주제를 꾸준히 파고든 경험이 있다 보니, 대학 진학 후에도 여러 연구 프로젝트에 자신 있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Q. 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고교 시절부터 좋아하던 생명과학·화학과 환경 문제를 연계해 연구하고 싶어요. 현재는 환경·기후 기술 연구실의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하면서, 에너지 촉매와 나노 입자의 자가 조립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나노 입자가 생명체의 효율적인 움직임을 모방할 수 있게 되면 환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요.

취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도움말 명건희 교사(금호고등학교)·신형철 교사(대전대신고등학교)·육근호 교사(북일고등학교)·홍정기 입학기획운영팀장(켄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