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공모펀드 위험등급 변동 반영 않고 판매’ 첫 제재

2026-02-12 13:00:08 게재

‘소비자 투자성향 적합한 상품만 판매’ 금소법 규정 위반

증권사 16곳 적발 … 7곳은 계도 기간 발생, 제재 않기로

공모펀드의 위험등급 변동을 반영하지 않고 금융소비자에게 판매한 증권사들이 무더기 제재를 받았다. 위험등급 변동으로 금융소비자의 투자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으로 바뀌었는데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불완전판매를 한 것이다. 다만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판매였다는 점을 고려해 부당권유에 대해서는 감경 요인으로 반영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으로 금융회사는 소비자의 투자성향을 구분하고 상품별 위험등급과 비교해 적합한 상품만 권유해 판매하도록 규정된 조항이 시행된 이후 관련 규정을 위반한 첫 사례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해 12월 16개 증권사에 대한 제재 안건을 논의한 후 9개 증권사에 대한 제재를 의결했다. 7개 증권사는 금소법 시행 후 6개월 계도 기간 중 발생한 불완전판매여서 제재를 않기로 했다. 금감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제재 확정 내용을 공시했다.

위반 건수가 많지 않아 제재 강도가 높지는 않지만, 금감원이 증권사 전반을 검사해 금융회사들이 소비자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금소법 규정에 대해 경각심을 준 사건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억19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9월 29일부터 2022년 4월 15일까지 비대면 판매채널에서 3개 공모펀드 8건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행사인 자산운용사가 이들 펀드의 위험등급을 상향 변경했음에도 이를 지연 반영하거나 반영하지 않았다.

일반금융소비자 8명에게 투자성향에 적합하지 않은 펀드상품을 권유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요건인 적합성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비대면 판매채널에서 4개 공모펀드 67건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위험등급이 변경됐는데도 변경 전 등급이 기재된 상품설명서 등을 사용해 64명에게 펀드의 위험 등을 사실과 다르게 알려 부당하게 권유했다. 상품설명서 중요사항인 펀드의 위험성을 거짓으로 설명한 사실이 인정됐다.

이밖에도 유안타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DB증권, LS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이 적합성원칙 위반 또는 설명의무 위반 및 부당권유행위 금지 위반 혐의가 인정돼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 검사에서는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한화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도 적발됐다. 하지만 이들은 2021년 3월 25일 금소법 시행 이후 6개월 계도 기간 중 불완전판매를 한 것으로 드러나 제재를 받지 않게 됐다.

제재 여부가 쟁점이었지만 계도 기간이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향후 감독·검사 방향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권대영 증선위원장은 회의에서 “새로운 규제나 새롭게 진입한 금융회사들에 대해 일정기간 검사를 유예했다가 나중에 3~4년 전 것을 전면 검사하고 거기에 따라 강하게 제재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도 기간 중에 관련 내용을 충분히 알리고 실제로 계도를 해 나가는 감독 컨설팅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새롭게 진입한 사람, 새롭게 도입된 규제, 그것을 중점적으로 테마검사를 해서 계도한다”며 “내부통제시스템과 준법관리시스템을 다 갖췄는지를 계도하고 그렇게 한 이후에 어느 정도 됐다고 했을 때 검사를 통해 적발되는 위규사항을 엄하게 제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앞으로 (펀드등급 변동과) 유사사례가 발생하면 이 기준에 따라서 은행을 비롯해서 엄중히 제재할 것임을 모든 판매운용사한테 비대면 관련해서도 명확하게 고지를 해 주기 바란다”며 “계도 기간 중에는 그 사실을 명확하게 계도를 해서 그 이후에 발생한 것이 없었어야 되므로, 충분히 고지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11일 증권·선물회사 준법감시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준법성 검사 외에도 금융투자회사가 자율적으로 내부통제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컨설팅 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KB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불완전판매 사례를 인식해 금융당국에 먼저 소명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유사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증권사 전반에 대한 검사를 벌여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다만 위반 건수가 적고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제재를 둘러싼 논의가 길어졌다. 증선위는 비대면으로 진행된 펀드판매여서 적극적인 부당권유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제재 수위를 30% 감경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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