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지대 주민 이동권 강화한다
강북·서남권 등 10곳 추가, 향후 100곳 확대
예산투입 효율성 극복 과제 … “이동권 보장”
서울시가 고지대 이동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개선에 나섰다.
시는 경사가 심한 구릉지 주거지역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단계 대상지 10곳을 추가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동이 불편한 고지대 주민의 생활 동선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선정된 대상지는 강북권 6곳, 서남권 4곳이다. 구로구 고척동 동작구 사당동 금천구 시흥동 마포구 신공덕동 성동구 옥수동 용산구 청암동 종로구 무악동 성북구 하월곡동 관악구 봉천동 서대문구 영천동이 포함됐다. 지난해 9월 시민 공모를 시작으로 자치구 검토, 현장 조사, 이용 수요 분석 등을 거쳐 확정했다. 경사도 30% 이상 급경사 구간을 중심으로 생활 동선 개선 효과가 큰 지역을 우선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1단계로 광진구 중곡동 강서구 화곡동 관악구 봉천동 종로구 숭인동 중구 신당동을 우선 대상지로 선정한 바 있다.
◆서울, 전체 지형 40%가 구릉지 = 서울은 전체 지형의 약 40%가 해발 40m 이상 구릉지로 형성돼 있다. 고령자·장애인 등 이동약자는 시민의 28.3%(2023년 기준)에 이른다. 급경사 계단과 좁은 보행로는 일상 이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과 주거지가 분리된 고지대는 생활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
설치 방식은 지역 특성에 맞춰 달라진다. 서대문구 영천동(독립문삼호아파트 인근)에는 독립문역에서 안산 둘레길로 이어지는 127m, 경사 31도 구간에 모노레일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지대 주거지와 지하철역, 공원을 연결해 일상 이동과 여가 동선을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른 지역에는 수직형 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된다. 일부 구간은 경사를 완화한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병행하는 복합형 시설로 조성된다. 초등학교,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접근성을 높여 보행 약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시설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1단계로 선정된 5곳은 설계를 마치는 대로 4월부터 순차적으로 공사에 들어간다. 이번 2단계 10곳에는 총 400억 원이 투입되며 올해 안에 기본계획 수립과 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거쳐 설계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는 향후 대상지를 지속 발굴해 100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지대 이동편의시설 사업은 과거 예산 대비 효용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수십억원이 투입되지만 실제 이용자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설치 이후 유지관리 비용 부담도 쟁점으로 거론됐다.
이에 대해 도시정책 전문가들은 이동권을 공공 인프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이동권은 선택적 복지라기보다 기본권 성격이 강하다”며 “이용자 규모만으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기보다 생활권 접근성 개선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교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강북·서남권 고지대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계단과 경사로로 단절됐던 주거지와 대중교통, 생활시설이 어떻게 연결될지, 예산 투입에 상응하는 이용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2단계 사업지 선정은 불편을 겪는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누구도 계단과 경사 때문에 일상의 기회를 잃지 않도록 시민 체감과 안전을 기준으로 대상지를 지속 확대해 ‘이동이 편리한 도시, 기회가 열리는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