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헌 지시 걸러낼 제도 구축”…12.3 계엄 조사 종료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조사 결과 발표
10개 기관 공직자에 수사 의뢰 110건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공직자의 불법 가담 여부를 조사해온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두달여간의 조사를 종결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12.3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징계 및 수사 의뢰 등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총괄TF 단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2.3 불법계엄은 정부 기능 전체를 입체적으로 동원하려는 실행 계획을 가지고 있던 ‘위로부터의 내란’이었음을 확인했다”면서 “권력의 정점에서 시작된 판단과 지시가 무력을 보유한 군과 경찰뿐만 아니라 관련 기능을 보유한 여러 기관으로 전달돼 헌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이 실재했다”고 밝혔다.
TF 조사에 따르면 불법계엄이 선포된 직후 △군과 경찰에 국회와 선관위 등 차단·통제 및 주요 인사 체포 협조 △교정본부에 구금 시설 여유 능력 파악 △외교부에 주요국에 계엄 정당화 메시지 발송 △행정안전부 장관의 주요 언론사 단전·단수 검토 등의 지시가 내려졌다.
특히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된 12월 4일 오전 1시 이후에도 계엄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지속됐으며 해제 이후에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행위들이 다수 포착됐다. 윤 실장은 “이는 누군가에 의해 사전 기획된 계엄 실행계획이 있었다는 방증”이라면서 “불법계엄의 진행 과정에서 각 중앙행정기관으로 전달된 위헌·위법한 지시를 구조적으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0개 기관 고위 공직자 등에 대해 징계 요구 89건, 주의·경고 82건, 수사 의뢰 110건의 조치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군이 징계요구 48건·주의·경고 75건·수사의뢰 10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성운 지상작전사령관의 경우 직무에서 배제되고 수사 의뢰됐다. 지난해 9월 대장으로 진급한 주 사령관은 계엄 전 미리 특수부대에서 대기하며 ‘계엄 제2수사단’ 임무를 부여받았던 구삼회 준장의 계엄 관여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에선 총 22명이 징계 대상에 올랐다. 이 중 19명이 총경 이상 고위직이며 ‘국회 봉쇄’(10명)와 ‘선관위 통제’(5명) 가담자가 주를 이뤘다. 22명 중 16명에 대해 중징계가 요구됐으며 6명은 경징계, 다른 6명에 대해서는 주의·경고 조치가 요구됐다. 외교부는 안보실의 강압적 지시에 연루된 3명에 대해 징계가 요구됐으며, 이 중 2명은 수사 의뢰도 병행됐다.
TF는 불법계엄 상황에서도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항한 사례도 공개했다. 한 경찰 공무원은 경찰청장에게 포고령을 따르지 말고 국회를 지켜야 한다는 글을 경찰 내부망에 올렸다. 서울경찰청 지도부의 건의로 국회 차단 조치가 23시경부터 30여분간 해제되기도 했으며, 일부 외교부 공무원들은 국가안보실의 부당한 지시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며 맞섰다.
윤 실장은 “위헌·위법적 판단과 지시가 국가 운영 과정에서 그대로 이행되거나 방조되지 않도록 제도와 행정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사의뢰가 진행되는 사건들 외에 감사·감찰 차원의 내란 관련 일제 점검을 원칙적으로 종결할 계획이다. 다만 내란 관여도가 높은 군은 내란전담 수사본부를 통해 수사 중심의 후속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헌법존중TF는 2025년 11월 24일부터 49개 중앙행정기관에 설치돼 제보 접수와 조사과제 확정 등을 거쳐 2026년 1월 16일 조사 활동을 종료했다.
실제 조사는 총 20개 기관에서 실시됐으며, 중점 조사 대상은 총리실, 기재·외교·법무·국방·행안·문체부, 검찰·경찰·소방·해경청 등이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