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청산형’ 전환 … 회생 중대 기로

2026-02-13 13:00:27 게재

구조혁신형 불허, ‘자산 환가’ 선회

법원, 계획 실행 가능성 검증 착수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에 대해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 작성허가 신청을 불허하고 ‘청산형 회생계획안 작성’을 명령했다. 이는 단순한 계획 유형 변경이 아니라, 회생법 체계상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 비교 판단의 방향이 실질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향후 자금 확보와 매각 성과가 회생 절차의 존속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지난 9일 홈플러스의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 작성허가 신청을 불허하고, 청산형 회생계획안 작성으로 전환하도록 명령했다. 홈플러스의 해당 신청은 지난해 12월 29일 접수됐다.

회생절차에서 ‘회생계획안 작성허가’는 인가와 구별되는 전 단계 판단으로, 법원이 제출 가능한 회생계획의 기본 구조를 설정하는 절차다. 법원은 통상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할 경우 영업 지속을 전제로 한 회생을 허용하고, 반대의 경우 자산을 현금으로 바꾸는 ‘자산 환가’ 중심으로 방향을 조정한다.

홈플러스가 제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은 영업을 유지하면서 일부 점포 및 계열사를 분리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모델이었으나, 약 3000억원 규모의 DIP(긴급운영자금) 조달을 전제로 설계돼 자금 확보 여부가 실행 가능성의 핵심 변수로 지목돼 왔다.

법원은 청산형 결정이 곧바로 파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회생계획안의 구체적 내용과 이행 가능성은 채권자 의견과 인가 절차를 거쳐 판단된다”며 “실질적인 실행 가능성과 채권자 보호가 핵심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폐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4일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은 신청 당일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 6월 삼일회계법인 조사보고서에서 청산가치(약 3조7000억원)가 계속기업가치(약 2조5000억원)보다 높게 산정되면서 청산형 전환 가능성이 제기됐다. 회사측은 자산이 약 6조8000억원, 부채는 2조7000억~2조9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히며 가치 산정에 대한 시각 차이를 보여왔다.

회생 절차와 별도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경영진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도 변수로 남아 있다. 회생 신청 경위와 단기채권 발행 과정 등을 두고 투자자들이 사기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MBK측은 고정비 부담과 리스부채 확대 등 구조적 취약성을 이유로 회생을 선택했다고 설명해 왔으나, 단기채권 발행과 신용등급 하락 직후 회생을 신청한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직원 약 2만명은 물론 협력업체 종사자를 포함해 최대 10만명에 이르는 고용과 채권 회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며 정부와 대주주의 책임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안수용 지부장은 “현재 방향은 청산에 가깝다”며 “정부가 회생 논의를 위한 협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서원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