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큰 파도, 전문성이 곧 방파제

2026-02-13 13:00:39 게재

3월, 대한민국 노사 관계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에는 벌써 전운이 감돈다. 경영계는 “누가 사장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파업이 일상화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시대”라며 기대를 건다.

분명한 것은, 이제 과거의 관행대로 노무 관리를 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기업과 노조가 공멸하지 않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감정적 대응이 아닌 냉철한 법률적 진단과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사용자 범위 확대·쟁의권 강화’, 노사관계 지각변동

가장 큰 변화는 ‘사용자 범위의 확대’다. 이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원청도 사용자로 본다. 이는 원·하청 구조에서 실질적 결정권자에게 교섭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실질적 지배력’의 구체적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 판례와 행정해석의 축적이 필요하다.

쟁의행위의 대상 범위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임금인상 등 이익분쟁만 쟁의행위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구조조정이나 외주화 등 경영상 결정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면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이는 경영상 결정과 근로조건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해석과 조율이 필요하다.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규정도 변경됐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때 노동조합 조합원 개개인의 지위와 역할에 따라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산정하도록 했다. 이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기본권 행사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향후 책임 산정의 구체적 기준이 어떻게 정립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이처럼 복잡해진 고차방정식을 기업이나 노조 내부의 역량만으로 풀어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인노무사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법의 모호함이 현장의 혼란으로 번지기 전에 노무사의 노무관리진단으로 노사관계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한다.

첫째, 노무사는 노동관계 법령을 가장 정밀하게 분석하는 전문가이다. 모호해진 사용자성 인정 여부를 노무관리진단을 통해 정확히 확인받아야 한다. 노조 역시 마찬가지다. 원청이 법률적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사용자인지 명확히 확인받는 것이야말로 근로조건 개선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이처럼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판단은 노무사가 수행하는 전문 영역이다.

둘째, 노무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노사 파국을 막는 사회적 조력자이다. 사측은 확장된 쟁의권이 무분별한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리스크 관리 전략을, 노조 측은 확대된 파업 대상을 오인해 불법 파업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적법 절차를 노무사에게 지도를 받아야 한다.

노무사 ‘정밀 진단’ ‘사전 조정’ 활성화해야

마지막으로 정부에도 당부드린다. 개정법 시행은 필연적으로 현장의 분쟁 폭증과 행정 수요의 과부하를 가져올 것이다. 이미 일선 근로감독관들의 격무가 임계치에 달한 상황에서 정부는 노조법 제52조 및 노동위원회법 제8조 등에 명시된 사적 조정(ADR) 제도를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노동위의 공적 절차 전단계에서 노동분쟁 전문가인 노무사의 사적조정과 컨설팅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무사가 현장의 갈등을 1차적으로 중재하고 해결한다면, 행정 관서의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함은 물론 분쟁 해결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까지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더불어 노무사는 단순한 법 해석을 넘어 변화된 법 환경에 맞는 ‘새로운 노사 상생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원청과 하청, 노와 사라는 이분법적 갈등 구조를 깨고 합리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는 설계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법리적 타당성을 조율하는 노무사의 중재는 불필요한 파업을 막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의 혼란을 ‘비용’으로 치부할 것인가, 아니면 선진적 노사 문화를 정착시키는 ‘투자’로 만들 것인가. 그 갈림길에 서있다.

이완영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