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에 국감 결과보고서 채택 지연
국토교통위 1곳만 채택
‘행정부 견제’ 역할 방기
여야의 극심한 대치 속에 국회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이 지연되고 있다. 국정감사가 ‘폭로전’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행정부 견제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결과보고서 채택이 필요하지만 정쟁에 밀려 입법부 본연의 역할이 방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개 국회 상임위 중 ‘2025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곳은 현재까지 국토교통위원회가 유일하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토교통위가 제출한 ‘2025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관련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이 의결됐다.
교육위원회의 경우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는 채택하지 않았고, 김승희 전 의전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사건 축소 및 은폐 의혹 및 인천대학교 유담 씨 교수 임용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감사요구안만 제출,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2월 중순이 지나도록 결과보고서가 1건밖에 채택되지 못한 것은 같은 22대 국회인 지난해에 비해서도 늦어진 것이다. ‘2024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의 경우 2025년 1월에 국토교통위, 보건복지위 2곳에서, 2월에 정무위, 환노위, 외통위, 법사위 등 4곳에서 채택한 바 있다. 최종적으로 15개 상임위가 결과보고서 채택을 완료했고, 교육위와 산업통상위는 끝내 결과보고서를 내지 못했다.
결과보고서 채택이 늦어지거나 채택조차 되지 못하는 데는 여야 간 대치 정국의 영향이 크다. 국회 관계자는 “결과보고서 초안을 두고 여야 간사가 합의를 해서 채택을 하게 되는데 여야간 입장 차가 크면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과보고서 채택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입법독주와 필리버스터 등으로 여야가 극한 대립 중인 상황이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결과보고서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지적하고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사를 마쳤을 때에는 위원회는 지체 없이 그 감사 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감사 결과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감사 결과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정부 또는 해당 기관에 변상, 징계조치, 제도개선, 예산조정 등 시정을 요구하고, 정부 또는 해당 기관은 이 사항을 지체 없이 처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게 돼 있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정감사 후속 조치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문제 삼는 거 잘 챙기라”면서 “반대쪽 시각에서 보면 우리가 못 보는 걸 본다. 좋은 기회”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국회가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으면서 행정부가 국감 지적 사항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시정할 기회조차 미뤄지는 상황이다.
시민사회에서도 국회의 고질적인 ‘국감 사후 관리 부실’을 비판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다수 상임위가 국감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결과보고서 채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국회입법조사처가 매년 ‘시정요구 이행률 보고서’를 작성·공개하고, 미이행 기관은 차년도 국감에서 우선 질의 및 강제 보고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