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 경제 활성화 16조원 투입
교통인프라 확충에 방점, 재원 계획도 구체화
‘선거용’ 비판 넘어서려면 지속성 확보되어야
서울시가 강북 개발 청사진을 다시 꺼내 들었다.
서울시는 19일 ‘다시, 강북 전성시대 2.0’을 발표하고 강북권에 총 16조원을 집중 투입해 교통 인프라 확충과 산업·일자리 거점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간 내놓은 일련의 강북 대개조 계획들이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 중심의 개발 활성화 전략이었다면, 2.0은 재정 투입과 기금 조성을 통해 실행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교통이다. 내부순환로와 북부간선도로 20.5㎞ 구간을 지하화하는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를 비롯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강북횡단선 재추진 등 8대 교통 과제에 대규모 재원을 투입한다. 지상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확보된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통행속도 개선과 생활권 회복을 동시에 노린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약 4조8000억원 규모의 ‘강북전성시대 기금(가칭)’을 조성하고, 5조2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재정투자도 병행한다. 민간 사전협상으로 확보한 공공기여금과 공공부지 매각 수입 등을 재원으로 삼겠다는 설명이다. 그간 선언에 그쳤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재원 조달 경로를 구체화했다는 점은 달라진 대목이다.
규제 측면에서도 손질이 이뤄진다. 평균 공시지가의 60% 이하 자치구에 대해서는 신규 ‘성장잠재권 활성화사업’과 기존 ‘역세권 활성화사업’의 공공기여 비중을 30%까지 낮춘다. 공공기여 부담을 줄여 사업성을 개선하고 민간 참여 문턱을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동남권에 집중됐던 사전협상 대상도 강북권으로 확대한다.
권역별 전략도 수립했다. 동북권은 창동·상계 일대를 중심으로 첨단 R&D 기반 산업단지(S-DBC)와 서울아레나를 축으로 한 문화·산업 거점으로 키운다. 서북권은 DMC 일대와 이전 예정지 등을 연계해 미래산업·국제교류 공간으로 재편한다. 도심권은 세운지구, 서울역 북부역세권 등을 고밀 복합 개발해 업무·주거·문화 기능을 집적한다. 주택 공급 중심이었던 과거 강북 정책에서 산업과 일자리 전략까지 확장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교통과 산업 인프라를 묶어 강북을 성장권역으로 재편하겠다는 점은 이전보다 진전된 구상”이라면서도 “임기 말에 집중 발표된 만큼 진정성 논란을 넘어서려면 예산 투입의 지속성과 단계별 이행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2021년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다 이른 시점에 종합 전략이 제시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번 2.0 구상이 재원 계획을 명시하고 기금 조성까지 포함했다는 점은 실행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시가 최근 내놓은 공공기여 제도 개선안도 재원 마련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금 공공기여 시 전체 금액을 5등분해 착공일부터 준공일까지 다섯차례 균일한 간격으로 나눠서 납부하도록 가이드를 만들었다. 사업시행자의 부담을 줄여주고 공공기여 재원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표심 공략이라는 평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숫자와 일정이 말해줄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표심 공략을 위해 낙후된 지역을 위한 개발 계획이 나오는 것은 선거의 순기능 가운데 하나로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라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닌 집행의 일관성과 재정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