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클로드 못 쓰게 할 수도”
앤스로픽과 정면충돌
군사활용 범위 갈등
2억달러 계약 흔들
미국 국방부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과의 협력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다. 군사 목적 활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커지면서, 기존 계약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펜타곤이 앤스로픽과의 파트너십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갈등의 핵심은 앤스로픽의 대형언어모델 ‘클로드(Claude)’의 군사 활용 범위다. 국방부는 “모든 합법적 사용 사례(all lawful-use cases)”에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앤스로픽은 국내 감시나 자율 살상 활동 등 일부 용도에는 기술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에밀 마이클 미 국방부 연구·공학 담당 차관은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국방 기술 행사에서 “우리는 어떤 모델이든 모든 합법적 사용 사례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 회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앤스로픽은 이미 국방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2024년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협력 관계를 맺었고, 지난해 여름 최대 2억달러 규모의 군 계약을 따냈다. 또 클로드는 국방부로부터 기밀 환경에서 사용이 허가된 유일한 대형언어모델로, 이는 회사의 경쟁 우위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최근 국방부 내부에서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고위 국방 당국자는 국방부가 계약업체와 공급업체에 클로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통상 외국 적대국 기업에 적용되는 조치로, 미국 기업에 대한 이례적 압박이라는 평가다.
션 파넬 국방부 수석 대변인은 “우리 국가는 파트너들이 어떤 전투에서도 우리 전투원들이 승리하도록 기꺼이 도울 의지가 있기를 요구한다. 궁극적으로 이는 우리 장병들과 미국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정치적 긴장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봉건 군벌(feudal warlord)”에 비유한 바 있다. 회사는 전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을 다수 영입했고, 인공지능 규제 로비에도 적극적이었다.
앤스로픽 대변인은 “우리는 미국 국가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최첨단 AI를 사용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그래서 기밀 네트워크에 모델을 올린 첫 번째 최첨단 AI 기업이었고, 국가안보 고객을 위한 맞춤형 모델을 제공한 첫 번째 기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와 “성실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갈등은 미국 국방 AI 전략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기술 기업과 군 당국 간 ‘안전’과 ‘군사 효율성’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