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관세무효에 시장은 안도
거시 충격 제한적, 유통·제조는 수혜 가능 … 백악관 재강화 예고로 불확실성 여전
미국 CNBC는 이번 결정을 두고 시장이 어느 정도 예상해 온 수순이지만, 관세 환급이 실제로 이뤄질지, 트럼프가 어떤 우회 수단으로 관세를 재부과할지에 따라 중장기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하며 경제적 파급, 물가·금리, 금융시장 반응 등 5가지 핵심 포인트로 이번 판결의 여진을 정리했다. 트럼프는 판결 직후에도 관세 드라이브를 꺾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1974년 무역법 조항을 근거로 1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첫째, 거시경제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회계·컨설팅업체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지프 브루수엘라스는 직접적인 파급 범위는 좁을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관세에 민감한 유통·제조업에서 잠재적 수혜가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4분기 GDP 성장률은 연율 1.4%로 크게 둔화했지만, 정부 셧다운의 일시적 영향이 컸던 만큼 1분기 반등 가능성도 열려 있다.
자산운용사 글렌미드의 투자전략 총괄 제이슨 프라이드는 ‘원 빅 뷰티풀 빌’ 법안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맞물려 재정 여건이 경기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고, 관세 무효 결정이 그 흐름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기업들이 다음 관세 조치를 앞두고 수입을 서두를 경우, 2025년 초처럼 수출이 일시 위축되는 부작용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 인플레이션 압력은 일부 완화될 수 있다. 같은 날 발표된 12월 근원 인플레이션은 연율 3%였다. 연준은 관세가 물가를 약 0.5%p 끌어올릴 수 있다고 추정해 왔고, 이번 판결로 당장 그 요인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 자료에 따르면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은 6월에서 7월 쪽으로 소폭 미뤄졌고, 올해 2회 인하 전망은 대체로 유지됐다. 투자은행 에버코어는 이번 판결이 연준이나 거시지표에 큰 함의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셋째, 시장은 즉각 안도로 화답했다. 주가는 상승했고, 미 국채 금리도 소폭 올랐지만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일요일 저녁 미국 주식시장 선물은 하락세로 출발했다. 자산운용사 자누스 헨더슨은 무역정책이 절차적 제약을 더 강하게 받으면서 돌발 헤드라인발 시장 출렁임은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채권시장에서는 재정 집행 방식과 국채 공급 규모가 앞으로 더 중요한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넷째, 관세 환급 규모를 두고 월가의 셈법은 제각각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약 850억달러를 돌려줘야 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RSM의 브루수엘라스는 1000억~1300억달러, 미 증권사 레이먼드제임스의 정책분석가 에드 밀스는 펜실베이니아대 모델을 근거로 1750억달러까지 거론해 추정치 간 간극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절차다. 대법원 판결문이 환급 이슈를 직접 다루지 않아 하급심에서 다시 다퉈질 공산이 크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워싱턴 정책전략 총괄 브라이언 가드너는 소급 적용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유지하며, 정부가 실제로 거액을 환급할지에 대해 쟁점이 아직 열려 있다고 했다.
다섯째, 관세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으로 적용한 관세가 전체의 약 60%였던 만큼 일부는 남고, 행정부는 다른 무역법 조항을 동원할 수 있다. 다만 상당수는 의회 승인과 시한 제한이 따른다. 투자은행 TD코웬은 백악관이 조만간 관세를 재강화하거나 대응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