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 이후 북한경제…시장통제·국가통제력 강화 선택

2026-02-24 13:00:02 게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복합위기 이후 북한의 대내외 경제전략’ 분석

‘적대적 두 국가론’ 앞세워 시장통제 강화, 국영상업망 복원에 주력

북·러 밀착으로 단기적 숨통 틔웠지만 … “중장기로는 비효율, 한계”

코로나19 팬데믹과 대북제재 장기화란 복합위기를 겪은 북한 경제가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겨우 싹이 나던 시장을 전면적으로 밀어내고 ‘국가 통제력 복원’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4일 발표한 정책연구 브리핑에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포하며 남북 관계를 단절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시장을 억제하고 국가가 경제전반을 장악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22일 노동당 제9차 대회 4일 회의에서 당 규약 개정과 제9기 당중앙지도기관 선거를 진행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당 총비서로 추대하는 결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시장’의 퇴조와 ‘국가 상업망’의 부활 =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경제전략의 핵심은 ‘중앙집권적 통제 강화’로 압축된다.

북한은 2022년부터 경제 전반에 대한 정부의 관여를 대폭 확대해 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비재 유통 구조의 변화다.

코로나19 이전 북한 경제를 지탱하던 ‘장마당(종합시장)’의 활성도는 2024년 이후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위성자료 분석 결과, 시장의 물리적 활력은 떨어지는 반면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상업망의 활동은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보다는 국가가 직접 물자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통해 체제 안정성을 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환관리정책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북한 당국은 외화 유통과 환전을 직접 관리하며 민간의 외화 보유를 억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암시장)의 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관찰되기도 했으나, 당국은 통제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올해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하는 ‘지방발전 20×10 정책’은 북한이 추진하는 새로운 내수 전략의 상징이다.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KIEP는 이 정책이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병목 현상에 가로막혀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 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원(전력)과 부자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장 건물과 설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전형적인 공급 위주의 계획경제 방식이 가진 한계를 곧 드러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북 단절과 북·러 밀착 = 대외적으로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워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기회를 포착, 러시아와의 경제·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신냉전 편승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관계 개선은 북한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경제적 완충지대’를 제공했다.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와 식량 지원, 기술협력은 대북 제재의 압박을 상쇄하는 효과를 낳았다.

KIEP는 이러한 북·러 협력이 단기적으로 북한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전쟁이 종결된 이후에도 러시아가 현재와 같은 수준의 지원을 지속할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지원이 끊기면 북한 내부의 제도적 통제 강화가 결국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 대외 협력의 성과를 갉아먹을 개연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한국의 대응은? = KIEP는 북한의 새로운 대내외 경제전략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북한 경제체제 자체의 구조적 취약성과 비효율성이 국가통제 강화라는 정책과 충돌하며 결국 성장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식량가격과 환율의 불안정성은 언제든 체제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쌀값은 대북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환율 급등으로 체감 물가는 오히려 불안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는 ‘긴 호흡의 대응책 마련’을 제안했다. 북한이 단기적인 성과에 고무되어 당분간 현재의 폐쇄적·통제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의 내부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여유있게 대처하라는 주문이다.

보고서는 “결국 복합위기 이후 북한의 선택은 ‘혁신’이 아닌 ‘복구’였다.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배급하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지만, 이미 시장화의 맛을 본 주민들과 기술 발전에 뒤처진 산업 구조는 국가의 명령만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추진하는 ‘새로운 전략’이 일시적인 외교적 호재(북·러 협력)를 넘어 구조적 경제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폐쇄성을 버리고 국제 사회로 나와야 한다”면서 “국가의 통제가 강화될수록 경제적 비효율은 커진다는 ‘통제의 역설’을 북한 당국이 깨닫기 전까지는 당분간 한반도의 긴장감 속에 북한 경제의 시계 제로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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