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주가 25년만에 최대폭 추락

2026-02-24 13:00:05 게재

엔스로픽의 코볼 현대화 발표로 13% 급락 … 사이버보안으로도 AI 불안 확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근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보기술기업 IBM 주가가 하루 만에 13% 급락하며 2000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엔스로픽이 자사 ‘클로드 코드’로 IBM의 핵심 사업 기반인 코볼(COBOL) 시스템 현대화가 가능하다고 밝힌 직후다.

블룸버그 2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IBM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13% 하락했다. 2월 들어서만 27% 떨어져 1968년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할 가능성도 보인다.

엔스로픽은 블로그를 통해 “코볼 시스템을 현대화하려면 과거에는 수년간 대규모 컨설턴트 인력이 필요했지만, 클로드 코드 같은 도구는 코볼 현대화에서 대부분의 노력을 차지하는 탐색과 분석 단계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볼은 주로 IBM 메인프레임에서 구동되는 구형 프로그래밍 언어다.

IBM 매출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메인프레임 사업에 연동돼 있다. 금융기관과 정부 등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사용하는 대형 서버가 중심이다. 시장은 AI가 이런 기존 시스템 의존 구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보안 분야까지 흔들리고 있다. 엔스로픽은 20일 ‘클로드 코드 보안’ 기능을 공개했다. 이 기능은 “코드베이스에서 보안 취약점을 스캔하고 사람이 검토할 수 있도록 맞춤형 소프트웨어 패치를 제안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발표 이후 사이버보안 종목들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발표 직후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8%, 클라우드플레어는 8.1%, 옥타는 9.2% 떨어졌고, 글로벌X 사이버보안 상장지수펀드는 4.9% 하락하며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이후에도 반등이 제한되며 업종 전반에 매도 압력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소프트웨어 전반의 불안도 커졌다. S&P500 지수는 1% 하락했고,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는 4.8% 내렸다. IBM 급락은 이날 기술주 약세의 상징이 됐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미국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소프트웨어 매도세는 모멘텀에 의해 움직이던 업종이 방향을 바꿀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상기시킨다”며 “더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은 업종이 하락세로 돌아서야 전체 시장을 끌어내리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스완’ 저자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 유니버사인베스트먼트 수석 과학고문은 소프트웨어 업종 내 파산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탈레브는 “누군가는 AI로 많은 돈을 벌 것”이라면서도 “그게 현재 AI 거래를 구성하는 기업들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문 간 꼬리위험(tail risk, 자산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은 구조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위험은 작은 조정이 아니라 큰 폭의 하락”이라고 지적했다. 또 “항상 헷지가 필요하다”며 “이런 급락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I가 생산성 혁신을 이끌 것이란 기대와 달리,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성장과 수익 구조를 직접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IBM의 급락은 단일 기업 이슈를 넘어, AI가 구형 기술 기반 기업의 사업 모델을 근본부터 재편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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